유훈-한국표준협회 ESG경영센터 센터장·경영학 박사
유훈-한국표준협회 ESG경영센터 센터장·경영학 박사

얼마 전 한 중소기업 CEO로부터 우리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꼭 써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중소기업은 ESG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혼란스럽고 막연하다. 그 이유는 현재 ESG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대기업이나 상장사 중심이고, ESG 공시와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ESG 전략이나 방법론을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것과 같다.

중소기업의 ESG 접근법은 달라야 한다. 그 이유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다르기 때문이다. 조직과 사업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해 대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자원을 배분해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나 제품이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경영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또한 중소기업은 대부분 B2B 형태의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 산업 내 생태계에서 협상력을 갖거나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없고 의존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 ESG전략 中企와 거리

ESG는 기업에게 지구환경(Planet)과 사회(People)의 지속가능성에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부담은 환경과 사회에 영향(Impact)이 큰 대기업이 많이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은 산업 내 가치 사슬에서 요구되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세 가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고객사는 ESG관점에서 어떤 산업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 고객사는 어떤 도전을 받고 있는가?’ ‘우리 고객사의 ESG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이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요즘 기업들이 한창 발간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중대성 평가가 수록돼 있다. 중대성 평가는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우리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행하고 보고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기업이 속한 산업분야마다 중요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에 집중해야 활로

산업별로 중시하는 이슈 달라

고객사 ESG 관점 파악이 우선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중요 이슈는 대기·물 오염 예방 및 폐기물 배출 관리 소비자 불만 및 분쟁에 대한 해결 노력 공정한 고용 및 고용관계에 대한 보장 등 8가지이다. 전자산업의 중요 이슈는 재생 가능 자원 이용 확대 대기·물 오염 예방 및 폐기물 배출 관리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7가지이다. 종합건설산업의 경우에는 근로에서의 보건·안전 보장 경영활동의 투명성 강화 근로조건 개선 및 사회적 보호 공정하고 투명한 계약관행 준수 및 촉진 등 10가지이다.

대기업은 산업별로 다른 ESG 요구사항에 대응하기 위해 ESG 추진전략을 수립한다. 이 또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를 통해 알 수 있다. 자동차 제조 기업은 탄소중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정보통신 기업이나 전자산업 관련 기업은 ‘RE100’ 같은 이니셔티브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산업 내 ESG 요구사항을 이해했다면 이를 반영한 ESG 과제를 실행하면 된다.

 

그린산업 추진은 신성장동력

다음으로 현재 비즈니스모델과 포트폴리오로 생존과 성장이 가능한가?’라는 심각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행히 ‘Yes’라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No’라면 다른 것은 제쳐두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혁신에 성공하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언젠가는 사업에서 철수할 밖에 없을 것이다.

불편하고 어려운 것도 있지만 기회 또한 함께 있다. 지난해 발표된 그린 텍소노미(녹색 분류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텍소노미는 녹색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ESG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다른 시각으로 보면 돈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이미 많은 금융투자기업들이 그린 텍소노미에 기반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만약 중소기업이 그린으로 정한 사업을 추진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도 있다. 물론 투자와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기후위기에 더해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과 유럽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까지 겹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런 거대한 변화 속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입는 옷을 입고서는 춤을 출 수 없을 것이다. 먼저 자신이 속한 산업의 ESG 중요 요구사항에 집중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ESG의 철학을 이해하면서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집중해 전략을 수립하고 혁신을 추진하기를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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