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잇달아 반값 치킨을 판매하면서 골목상권의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의 치킨 판매대.
대형마트들이 잇달아 반값 치킨을 판매하면서 골목상권의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의 치킨 판매대.

최근 들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5% 오른 9620) 확정까지 골목상권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점입가경이 가운데 이번엔 때아닌 치킨 게임에 관련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잇달아 반값 치킨을 내놓으면서 소상공인 점주들이 운영하는 동네 치킨 프랜차이즈가 심각한 경영 애로에 빠진 것이다.

 

노골적 미끼상품지적도

지난 630일 홈플러스가 내놓은 당당치킨(6990)은 출시 39일 만에 30만 마리가 팔렸다. 인기를 실감하자 다른 대형마트들도 경쟁적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의 반값 수준에 치킨을 판매하면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을 1마리에 6990원에, 롯데마트는 1.5마리 분량 한통치킨을 15800(행사카드 결제시 8800), 이마트는 5분치킨을 9980원에 팔고 있다.

한 마리당 16000원에서 2만원 사이인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가격정책인 셈이다.

100원이 남아도 손해가 아닌 대형마트의 박리다매 속성 때문에 반값 치킨 판매는 소상공인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2010년에도 롯데마트에서 통큰 치킨으로 골목상권에 피해를 주다가 열흘만에 비판 여론 때문에 판매를 중단했었다하지만 이번엔 외식물가가 고공행진 중이고 정부 차원에서 물가 잡기에 나서니까,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초저가 치킨을 계속해서 파는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대형마트들이 반값 치킨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결국 주요 원재료를 대량 매입해 단가를 낮추는 요인이 가장 크다. 거기에 프랜차이즈 가맹 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는 단순한 유통 구조도 한몫한다.

소상공인업계는 골목상권까지 뿌리를 뻗은 유통공룡들이 얼마든지 PL상품(마트자체 기획상품)으로 동네 가게를 초토화할 수 있다반값 치킨이 시장에 안착 되면 나중엔 제2, 3의 반값 OO이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애꿎은 영세점주만 피해

반값 치킨이 고객을 끌어들이고 의무휴업 규제 폐지 여론을 강화하기 위한 노골적인 미끼 상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찬반 투표 이슈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대형마트가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반값 치킨을 내놓으면서 마트의 효용성홍보 강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이번 반값 치킨 게임이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공정한 시장 경쟁이 아닌 애꿎은 영세 점주들에게만 피해를 입히는 무모한 경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홈플러스 ‘6990이어 이마트·롯데마트도 가세

유통공룡 저가공세에 동네가게 이대론 문닫을 판


피해점주 마트는 시장침해·가맹본사는 폭리울상

로열티·광고비에배달수수료도 점주에겐 큰 부담

익명을 요구한 한 점주는 닭고기 원재료에 각종 재료비만 해도 대형마트 치킨이 가격우위에 서 있는데 여기에 점주들은 본사 로열티와 광고비를 지불해야 하고 배달 중개 수수료로 모두 6000원에서 많게는 8000원까지 더 지불해야 한다프랜차이즈 가격 구조가 이런 지경인데 어떻게 반값 치킨으로 몰려간 고객을 다시 찾아올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닭고기 원재료(3600~4500)와 튀김유·치킨파우더 등 재료비(1500)만으로 반값 치킨을 판매한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반값 치킨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화살은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무리한 치킨 가격 상승으로 과도한 마진을 남기고 있다고 비판받는 가맹 본사의 폭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무리하게 가격 올린 가맹본사

최근 소비자단체협의회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5개 브랜드(교촌, bhc, BBQ, 처갓집, 굽네)의 가맹 본사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5개년 매출액의 경우 굽네치킨(8.8%)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체 가맹본부 모두 연평균 10% 이상씩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연평균 12% 이상씩 증가했다.

일각에선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이 서로 다른 시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트 치킨 가격이 저렴하지만 맛과 품질 면에서는 전문 치킨 프랜차이즈를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가뜩이나 국민들이 밥상 물가에 민감한 상황에서 두 치킨의 가격차이에 대한 불만이 프랜차이즈 치킨에 대한 소비 감소로 이어질까봐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한 점주는 소비자는 브랜드 치킨이 비싸다고 지적하는데, 가맹 본사는 한 마리에 2만원 치킨 시대를 열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이와 중에 대형마트는 반값 치킨으로 골목상권 시장을 침해하지만 정부와 가맹 본사 등 누구 하나 나서서 영세 점주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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