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규제심판회의
규제정보포럼서 온라인 토론
중기업계선 ‘설익은 정책’성토
이영 장관도 폐지 신중론 제기

윤석열 정부가 쏘아 올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이 ‘무차별 규제심판 팬데믹’으로 둔갑하면서 영세 소상공인이 밀집한 골목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투표 과정에서 드러난 어뷰징(중복투표) 문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 등 3건의 우수 제안 선정을 지난 2일 전격 철회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이 지난 4일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동일 의제를 제1 안건으로 논의한데 이어 5일부터 ‘규제정보포털’에 온라인 토론을 실시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계속 지피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윤석열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대기업 규제개선을 최우선으로 밀어붙이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 규제개선 밀어붙이기 지난 4일 국무총리 직속 국무조정실은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대통령실이 최근 추진했다가 발표를 엎어버린 ‘국민제안’ 제도의 불씨를 다시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7월 홈페이지에 국민제안 코너를 신설하고 접수된 약 1만3000건의 민원 중 정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10건에 대해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57만7415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당초 정부는 1~3위 안건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투표 과정에 대대적인 중복투표 정황이 확인됐다. 대·중소기업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 이슈를 국민투표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이 무색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5일에 열린 규제심판회의다. 국민제안 제도의 연장선상 차원에서 정부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민간 협의체를 처음 개최했다. 이 회의의 첫 번째 의제가 바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규제정보포털에서 온라인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7월에 있던 국민제안 투표를 토론으로 확대하면서 해당 이슈를 숙의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소기업계는 이같은 일련의 정부 방침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라는 대의적 명분을 앞세운 정부가 특정 규제개선 의제를 노골적으로 계속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폐지반대 공식화

정부의 설익은 정책 방향이자 고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3일 “중기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과 (소상공인) 의견을 정리해 관계 부처와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 정책의 주무 부처인 중기부 수장으로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에 대해 신중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정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중소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주도면밀하게 정책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이슈화하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식화하면서 정부의 규제심판 1호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추진한 만큼 정치적 이득을 따질 때 법 개정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지난 4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심판대에 올리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은 그 상생의 가치를 제발 되새기기 바란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이동주 의원은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제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산업연구원이 2016년 실시한 ‘한일 유통산업 구조변화의 비교·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온라인 소비 증가와 점포 수 포화가 대규모 점포가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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