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29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공익위원 단일안에 경영계가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과 일부 근로자위원이 찬성해 5.0% 인상된 9620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근거로는 경제성장률 전망치(2.7%) +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4.5%) -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이다. 이 산식은 국민경제 생산성에 근거한 적정임금 상승률을 구하는 것으로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방식은 아니다. 다만, 산식의 활용에 있어 이미 높은 최저임금의 수준과 예년과 다른 경제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올해 최저임금은 최근 5년간 41.6%나 급격하게 인상돼 9160원이고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법적 의무인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992원에 달한다. 중위임금 대비해서는 60%를 초과해 OECD 상위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작년에 최저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가 322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넘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적정임금을 구하는 공식을 그대로 대입한다고 그 결과가 적정하게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결정근거가 작년 심의와 동일했다는 점이다. 변화한 경제상황이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작년에는 코로나만 끝나면 다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복합위기 퍼펙트스톰앞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더 심각하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5월 생산자물가는 9.7%에 달해 역대 최고치이고, 코로나 시기를 버티기 위해 받았던 대출이 치솟는 금리로 인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급격한 물가인상과 경제상황의 악화는 근로자들만의 어려움이 아닌 기업에게 있어서도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는 것인데 고용을 책임질 중소기업의 열악한 경영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결정된 최저임금은 폭력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경영계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오고 있으며 중소기업계는 지난 8일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의제기가 수용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최저임금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재심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인상폭으로 고용축소, 폐업, 범법 중 선택을 강요받게 된 상황을 생각한다면 이의제기는 당연한 귀결이다.

이의제기서를 받아든 고용부도 그동안의 관행이나 절차적 흠결 여부만 검토하지 말고 현재의 경제상황에 비춰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중소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이었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재심의가 이루어질 경우 최저임금위원회는 반드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코로나에 연이은 물가 급등으로 어려워진 경영환경에서도 일자리를 늘려가며 묵묵히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실한 요구가 외면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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