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공사현장이 셧다운을 반복하고 있다. 화물, 레미콘에 이어 철근콘크리트 파업까지 이른바 건설파업 3연타1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경제손실액은 지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지난 3일 극적 타결된 레미콘 파업도 상처가 깊다. 3일간 수도권 160여개 레미콘 공장이 멈췄고, 업계추산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앞으로 늘어날 비용도 부담이다. 현재 1회당 평균 56000원인 운송료는 올해 7700원 인상되고 내년에 또 6000원이 오르게 된다. 2년에 걸쳐 24.5%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더해 회수수()로 불리는 폐수처리 비용의 일부도 레미콘 제조사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울며 겨자먹기식 인상에 속 타는 것은 레미콘 제조사들이다. 레미콘 제조업체의 97.9%는 중소기업으로, 대부분 영세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부터 타설까지 90분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 제품 특성상 주문이 들어와야지만 공장을 가동 할 수 있기에 재고를 쌓아 놓을 수도, 타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상된 레미콘 가격에 비해 운송 사업자에게 지급해야할 운반비가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중소 레미콘업계는 전례없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건설기계 수급제한 조치의 영향이 크다. 레미콘 믹서트럭은 수급조절 대상으로, 국토부의 수급조절위원회를 거쳐 2년간 신규등록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14년간 신규등록이 제한되면서 시장기능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믹서트럭 공급이 멈추면서 운송가격은 급등했다. 같은 기간 레미콘 가격은 47.6% 인상됐지만, 운반비 인상폭은 110.1%2.3배를 웃돌았다.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정부와 수급조절위원회는 묵묵부답이다. 15명의 위원 중 운송사업자 측 위원만 3명에 달하지만 레미콘업계는 단 한명도 참가하지 못해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결과만 알려질 뿐 회의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납득할 만한 설명도 듣기 어려웠다. 그리고 작년 7월 수급조절위원회에서는 또다시 신규등록 2년 제한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가 작금의 건설현장 올스톱이다. 정부는 레미콘 제조업계를 위해 수급조절 범위 내에서 건설기계가 최대한 가동할 수 있게 하도록 보완대책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레미콘 제조업체에 원할한 공급만 주문할 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 기능과 역할을 다한 수급조절 제도를 폐지하고 시장을 회복시킬 때다.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운반비 인상으로 레미콘 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노후화된 믹서트럭과 고령화된 운송사업자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급조절 기능이 필요하다면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등록대수를 조절하면 될 일이다. 건축인허가는 지자체에서 권한을 가지고 있고, 레미콘은 지역 내에서만 생산과 타설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역별 건축수요에 맞춰 탄력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전 방위적인 물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원자재 급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전국의 공사현장이 잇따라 멈추면서 입주는 지연되고 도로는 개통되지 못하고 있다. 레미콘 제조사와 믹서트럭 운송사업자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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