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이 없다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가 됐다.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이 심화되면서, 입점 중소상공인에 대한 불공정행위도 함께 증가했다. 소상공인 5곳 중 1곳은 온라인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및 광고비 책정, 일방적인 정산 절차 등 부당행위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면서 불공정문제 해소를 위해 민간 주도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를 설립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부가 중심이 돼 자율규제기구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고, 갑을분과, 소비자분과, 데이터인공지능(AI)분과, ESG분과 등 총 4개 분과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율규제란 규제 대상인 사업자가 스스로 규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규제와 비교했을 때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추진 속도가 빠르고,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설립된 한국인터넷자율정책 기구이다. 카카오, 네이버, SK커뮤니케이션 등 동종업계가 참여해 인터넷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글을 어떻게 관리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동종업계가 공통으로 논의하고,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자율규제가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입점 중소상공인과 상생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자율규제를 통해 법보다 유연한 미래지향적인 규약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 중소상공인간 불공정문제는 자율규제가 부적절한 측면도 많다. 자율규제는 불공정행위 발생 시 이를 제재할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자율규제 기구가 설립되더라도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라는 자율규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도리어 갈등이 장기화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율규제의 목적이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혁신 성장이라면, 이는 독점 내지 독과점의 폐해를 간과한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하고, 소수 대형 플랫폼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자율규제기구는 신뢰성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한 후에는 새로운 기업의 탄생이 어렵고, 규제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주요 선진국들은 온라인 플랫폼 반독점법을 제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해상충을 일으킬 사업을 사전에 규제하는 반독점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EU는 지난 3월 온라인 시장 경쟁 질서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디지털시장법도입에 합의했다.

혁신을 통한 플랫폼 산업의 성장은 중소상공인에게도 분명 기회이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과 중소상공인이 상생 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감안해 필요한 혁신은 촉진하되,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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