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급등기였던 2008년의 4.7%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21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보고서에서 향후 물가 흐름은 국제유가 상승세 확대 등 최근 여건 변화를 고려할 때 지난 5월 전망 경로(연간 4.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진단을 내놨다.

지난달 26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크게 올려 잡았는데, 실제 연간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과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공식품·외식 물가 오름폭 확대로 5(5.4%)보다 높아지고,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과거 20년 사이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이 4%를 웃돌았던 2008(4.7%), 2011(4.0%)과 최근 물가 급등기의 상황도 비교했다.

우선 국제 원자재 가격 측면에서 과거 물가 급등기에는 중국의 제조업, 부동산,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가 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은 감염병·우크라이나 전쟁·중국 봉쇄조치 등에 영향을 받은 공급망 차질과 친환경 규제 등에 따른 생산시설 투자 부진 탓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더구나 최근 국제 식량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달러 환율의 경우 과거 물가 급등기와 달리 최근 상승기에는 초반부터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소비 개선과 함께 커지는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도 과거보다 강한 편이다.

물가상승 확산지수(근원품목)는 올해 5월 기준 70.1, 200812(69.1)20117(68.6)보다 높다.

이번 물가 급등기에 유동성이 늘어난 것은 2008년과 비슷하지만, 가계대출이 불어난 가운데 가계 소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재정 지원(이전지출)까지 더해졌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분기 기준으로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3분기(5.5%)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최근 상승률(55.4%)2011년 급등기의 고점(201184.7%)을 넘어 2008년 급등기 고점(200875.9%)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급등기와 비교해 최근 물가 여건을 살펴보면,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가격의 높은 오름세와 환율 상승세, 민간소비 증가세 등이 상당 기간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차질, 친환경 규제에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 가세


하반기 오름세 더 가팔라질 듯

7월 빅스텝 단행엔 신중 모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보고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526) 이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주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 식량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처럼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관리 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2% 수준까지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기반(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하지만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으면 7월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물가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물가 올랐을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율 영향, 변동금리 채권이 많은 만큼 가계 이자 부담 영향, 자본유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금통위원들과 상의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성장 둔화,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 등에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의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이에 따라 향후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도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 질문에는 우리나라가 몇 퍼센트 성장하면 경기가 침체한 것인지 여러 견해가 있지만, 우리(한은)가 파악하기에는 올해 성장률이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웃돌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물가상승확산지수 : 물가지수 구성 품목 중 전월대비 상승한 품목의 개수를 가중평균 지수화한 것으로 50 이상이면 전월비 상승 품목이 더 많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폭이 높은 품목이 많을수록 값이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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