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우주산업 중소기업시대 개막 ‘막전막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기능을 지닌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쏘는 첫 사례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기능을 지닌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쏘는 첫 사례다.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성공은 민·관 협력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덕분이었다. 특히 누리호 체계의 총 조립, 엔진조립, 각종 구성품 제작 등의 밑바탕에는 중소기업들의 값진 노력과 뛰어난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리호 개발에는 300여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했다. 독자 개발에 필요한 핵심부품 개발과 제작을 수행했다. 최근 언론에서 주목받는 주력 참여 30여개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일부 기업체에 불과하다.

실제 누리호 발사의 성공 뒤엔 외감을 받지 않을 정도로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선두에서 누리호를 이끌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뒤에서 묵묵히 누리호 성공의 불씨를 지펴온 값진 결실이었다. 우리나라는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산업이 태동한 지 30년이 채 안됐기 때문에 업력 10년 안팎의 중소기업도 이번 누리호 개발에 다수 참여했다.

 

·중소기업 탄탄한 협력체제 구축

대기업은 누리호의 거대 포트폴리오 완성을 총괄했다. 우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300여개 기업이 만든 부품 조립을 총괄하는 동시에 추진제 탱크를 제작했다. KAI가 개발한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는 영하 200까지 견딜 수 있다. KAI는 경남 사천에 우주 기술 개발을 위한 민간 우주센터를 건설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들어간 1단과 2단에 75톤급 엔진 5기와 37톤급 엔진 1기 등 총 6개 엔진을 공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엔진 생산과 각종 검증 작업을 진행했으며 누리호의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과 액체엔진 체계조립도 함께 맡았다.

현대중공업은 지상 발사대와 초록색 구조물 엄빌리컬 타워를 제작했다. 발사대는 2016년부터 약 46개월에 걸쳐 제작됐다. 엄빌리컬 타워는 48m 높이로 발사체에 산화제와 추진제, 전기를 공급하는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현대로템은 누리호 연소 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각종 구성품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협력 체제를 견고히 다졌다. 누리호 발사를 위해 필요한 수만 가지 구성품과 각종 기술은 중소기업에서 공급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소기업계와의 협력이 없었다면 누리호의 탄생도, 발사 시도도 불가능했던 셈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조합원사 15곳 동참

특히 이번 누리호 개발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중소기업뉴스>가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소속 109개 기업체와 중기중앙회 중기협동조합 소속 조합원 리스트를 비교·분석한 결과 대략 15개의 중소기업이 누리호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해양기자재·농기계 등 업종별 협동조합 포진

발사대에서 엔진까지 주력분야에서 혁신기술 입증


비츠로넥스텍-엔진 개발·하이록코리아-밸브 담당

금형·주물 등 뿌리산업 中企 등도 발사성공 디딤돌

협동조합의 주요 조합원사를 살펴보면 건창산기 뉴로스 넥스컴스 비츠로넥스텍 유콘시스템 에스브이엠테크 이엠코리아 제일HTC 하이록코리아 한국카본 한국로스트왁스 한국치공구공업 한성에스앤아이 화승소재 휴니드테크놀러지스 등이다.

각각 소속된 중기협동조합(표 참고)으로는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다수 있었으며, 금형공업·주물공업·전기공업·통신기기공업·자동차산업 등 다양한 업종별 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으로 포진돼 있었다.

항공우주산업에 필요한 제조·기술과 연관된 중기중앙회 협동조합에 적극 참여해 자신들의 사업역량을 증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기협동조합 조합원 중소기업들은 누리호의 체계종합 추진기관·엔진 구조체 유도제어·전자 ·공력 등 주력 분야에 핵심 기술로 참여하는 등 자신들만의 혁신기술을 제대로 입증했다.

올해 창업 7년차인 비츠로넥스텍은 누리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 개발에 참여했다. 비츠로넥스텍은 중기중앙회의 한국가속기부품사업협동조합과 한국음식물처리기협동조합에 소속된 중소기업이다.

비츠로넥스텍은 발사체 1, 2단의 75톤 엔진 연소기와 가스발생기, 터빈배기부, 엔진공급계 등 부품을 개발하고 제작했다. 국내 최초로 액체로켓엔진 제작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지난 2016년 설립된 비츠로테크의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된 비츠로넥스텍은 우주항공·핵융합·플라즈마 등 응용과학기술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참고로 모회사인 비츠로테크 역시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조합원사다.

 

유콘시스템, 첨단 제어기술로 참여 한몫

누리호 성공의 주역으로 하이록코리아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중기중앙회 소속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과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조합원사다.

관이음쇠 및 밸브 제조업 전문기업인 하이록코리아는 누리호 개발에 참여해 엔진공급계와 기체공급계 등을 맡았다. 구체적으로 밸브와 피팅(파이프와 파이프 연결 부품)을 공급했다. 누리호 내부는 75톤의 액체엔진에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기 위해 유체 이송과 제어가 밸브와 피팅으로 가득하다. 밸브와 피팅은 인체로 비교하면 누리호의 혈관 속에 피가 제대로 흐를 수 있게 돕는 판막 역할을 한 것이다.

하이록코리아는 나리호의 전신인 나로호(KSLV-) 발사가 지난 2008년 밸브 누설 등의 기술난항을 겪던 시기에 밸브 국산화에 참여해 문제점을 해결한 전력도 있다.

유콘시스템은 한국전자산업협동조합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사로 이번 누리호 개발에 있어 지상제어시스템을 담당했다. 누리호와 발사대 장비가 발사 직전까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하게 하는 장치가 바로 지상제어시스템이다. 누리호에 장착된 수많은 전자장비 상태와 연료를 공급하는 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 가스 유출 상태를 면밀히 알려준다.

이밖에도 한국로스트왁스는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사로 엔진용 부품 분야, 한국치공구공업은 부산시기계공업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사로 치공구 분야에 기여했으며, 뿌리산업 전문기업으로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소속인 제인HTC는 금형부품 열처리 분야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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