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인건비 인상 이중고
10곳 중 8곳 “경영상황 심각”

대다수 “사업규모 축소 고심”
정부에 비축물량 방출 호소

대기업은 줄줄이 가격인상
손실 부담분은 中企만의 몫

제과제빵 중소기업계는 올 하반기가 큰 걱정입니다. 원재료·물류비·인건비 등 생산단가가 평균 30~40% 올라간 상황에서 제품가격도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시중 일반 판매점에선 대기업과 가격경쟁을 해야 하니까 쉽게 가격을 올리진 못하고 손실을 다 떠안아야 할 판이에요.” - 조희구 한국제과제빵협동조합 전무

올해 4분기 안에 중국과 러시아산 대두 4000톤이 입고되지 않으면 장류용 대두 원재료 부족으로 식품 중소기업들의 생산공장이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 남윤기 한국장류협동조합 전무

천정부지로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 쓰나미에 식품 제조 중소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최근 식품 제조 중소기업들은 국내 대다수 식품 중소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의 폭등으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여기에 물류비용 증가와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제품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제품 가격도 전혀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앞으로도 식품 관련 원재료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가공식품의 경우 가격이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려오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높은 특성을 감안할 때 식품 제조 중소기업의 경영악화는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원가부담 지속돼도 간신히 버틴다

식품 제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가격 결정 양극화도 심각하다. 지난해와 올해 밀가루와 계란, 수입팥 등 원재료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대기업은 가격 인상을 줄줄이 단행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도넛 전문점 던킨도 지난 4월 도넛 주요 제품 등의 가격을 최대 18% 올렸다. 반면에 제과제빵 중소기업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할 만큼 상황이 열악한 상황이다.

조희구 한국제과제빵협동조합 전무는 제과제빵 관련 대기업 물량의 30% 가까이는 중소기업에서 납품을 하는데, 대기업이 가격을 인상을 했어도 납품단가를 올린 경우는 거의 없다게다가 편의점과 동네 수퍼마켓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이 경쟁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판매경쟁을 못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조희구 전무는 주원료인 밀가루 가격이 지난해 30%가 올랐는데 올해 5월까지 40% 넘게 추가 인상됐다계란값은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100% 넘게 치솟더니 현재까지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과 함께 식품 제조 중소기업 현장에선 생산인력 인건비 인상의 부담은 또 다른 악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제조 중소기업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가 생산인력의 대부분인데 이들한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 월 300만원까지 책정해 줘도 다른 일자리로 빠져나가기 일쑤다주로 택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계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물류택배 시장으로 쉽게 빠져나가는 단적인 이유로는 근로자를 주휴근무 및 야근을 시킬 임금 지불능력이 한계치에 달했기 때문이다.

조희구 전무는 최저임금 자체도 너무 많이 올라갔고 여기에 원자재·물류비도 매년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업종을 떠나 제조업계 전체의 일자리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추후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제품가격과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중소기업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맞춤형 지원 필요

식품 제조 중소기업계는 당장 원재료 수급 문제 해결부터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남윤기 한국장류협동조합 전무는 러시아에서 들어오기로 한 4000톤의 대두()를 오는 8월까지 계약해야 하는데 러-우크라이나 사태로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 됐다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정부의 수입대두를 용도별로 나눠 공급하고 있는데, 영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부족한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등의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희구 한국제과제빵협동조합 전무도 찐빵, 팥빵, 시루떡 등의 주원료인 수입팥을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영세 중소기업부터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희구 전무는 소상공인·영세 소기업은 팥이 없어서 문을 닫을 판인데, 정부에선 식품 제조 대기업 물량만 우선 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올해초부터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제 곡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할당 물량을 증량할 계획을 밝혀 왔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물량 배정에서도 후순위로 밀리면서 수입 원재료의 가격 통제까지 받고 있는 것에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두 가공 중소기업 대표는 원재료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데 지금처럼 원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을 때 그 적자를 감수하는 건 영세 중소기업들이라며 정부가 곡물가격의 안정화도 어렵다면, 차라리 공급이라도 원활하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104개월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가공식품 품목 대부분이 오른 가운데 외식 물가도 상승하는 등 밥상 물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지난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지수는 109.19(2020=100)1년 전보다 7.6% 올랐다. 이는 20121(7.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보면 국수(33.2%), 밀가루(26.0%), 식용유(22.7%) 등이 크게 올랐다.

중기중앙회 원료구매자금 지원 절실

이와 같은 식품 제조 중소기업계의 암울한 현실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2~23일까지 전국 213개 식품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입농산물가 급등에 따른 식품제조 중소기업 실태조사결과를 살펴 보면 응답기업의 82.6%가 국제 곡물가 급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73.7%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응답기업의 4곳 중 1(26.3%)은 영업이익이 20%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원재료 가격은 전년대비 ‘10% 이상 20% 미만증가할 것이란 응답이 36.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4곳 중 1곳 이상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제품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원가증가분 보다 적게 인상하거나 계획이 없는 기업이 73.2%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인상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타사 대비 경쟁력 하락 우려(58.6%)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이어 납품처와의 관계 악화 우려(24.1%) 경영여건 상 감내가능(1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암울한 전망에도 설문에 참여한 식품제조 중소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증가를 우려하면서도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치솟는 원재료 가격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중소식품 제조업체의 고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식품원료구매자금 지원요건 완화 및 농산물의제매입세액 공제율 상향 등 식품 제조 중소기업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과 더불어 TRQ물량(수입물량 및 저율관세를 부과하는 일정물량) 확대 및 비축물량 방출을 통한 원자재 수급 안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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