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운송거부 일단 멈췄다지만… 중소기업계 재발방지 호소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지난 14일 총파업 돌입 7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경기도 의왕 내륙물류기지(ICD)에서 5차 실무대화를 열기 시작한 후 2시간 40여분 만에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내용 등에 합의하고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협상 타결로 화물연대는 지난 15일부터 집단운송 거부를 중단하고 물류 수송 재개에 들어갔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일주일간 이어지면서 산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협상 타결 전인 지난 14일 오전까지 시멘트 운송 차질로 레미콘 공장의 90% 이상이 가동을 멈추는 등 건설 현장의 셧다운이 현실화됐고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철강업계도 피해를 봤다.

또 물류의 마지막 단계에 위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은 겨우 코로나의 여파에서 벗어나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가격이 폭등하며 큰 고통을 받았다. 여기에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국내 물류가 중단되면서 제품을 수출하고, 원부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중소기업, 각종 소매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더욱 큰 타격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특히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업계는 하루 56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레미콘업계 90% 이상 가동 중단

파업이 8일째를 맞이했던 지난 14일 오전 부산항과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는 국지적인 운송 방해 행위 등으로 평시보다 반출입량이 감소했다.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경우 이날 오전 10시 기준 장치율이 83.3%로 지난달 동 시간대(79.1%)보다 4.2%포인트 높아져 이번 파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천 신항에서는 장치율이 93%를 넘어선 터미널도 나왔다.

시멘트 업계는 물류운송 차질로 인한 재고 적체로 소성로(시멘트의 반제품을 생산하는 가마·킬른)의 가동을 멈추는 공장이 생겨나는 등 피해가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라시멘트 강릉 옥계공장의 소성로 4기 가운데 1기가 가동을 멈췄고, 아세아시멘트와 한일시멘트 등의 공장도 일부 소성로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었다.

시멘트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레미콘 업계도 피해를 입고 있다.

레미콘 업계는 전국 1000여개 공장 가운데 90% 이상이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날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매일 9000톤의 물량을 출하하지 못하는 등 생산 차질을 빚고 있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폐지·적용품목 확대 갈등 여전

레미콘·중소슈퍼 피해 눈덩이


코로나·우크라에 이은 겹악재

·원칙에 따른 엄정대응 촉구

중소기업계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원자재를 받지 못해 공장 가동 중단 위기에 처하거나 제품납기를 제대로 못맞춰 위약금을 물을 처지에 놓이는 등 생산과 판매 모두 진퇴양난에 처한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중소제조업 305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회사의 물류·운송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의 비중이 82.3%(심한 차질 30.2%, 다소 차질 52.1%)에 달했다.

특히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3.4%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부정적(매우 부정적 18.0%, 부정적 55.4%)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224개 중소기업은 그 이유로 중소기업계 경영난 가중’(73.2%)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특정 이익위해 반복적 법질서 혼란 야기’(14.7%), ‘국가 경기회복 지연’(8.5%) 등으로 답했다.

한편, 회사의 물류·운송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 중 과반의 기업(55.8%)은 집단운송거부에 대비한 별다른 조치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대응 조치로는 화물연대 미가입 물류업체로 운송 대체’(31.5%), ‘선박 및 철도출하 등으로 대체’(6.8%)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들(251개사)은 집단운송거부 장기화 시 생산제품 납기 지연’(80.9%) 원부자재 조달 곤란’(64.9%)을 가장 큰 피해(복수응답)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콘크리트업계도 개점 휴업

화주협의회 역시 수출 중소기업들이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화주협의회는 중소기업에는 12건의 선적 취소도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선복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신히 선박을 확보했는데도 항만까지 운송해 줄 화물차를 배차받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고, 중요한 바이어들과의 거래가 중단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中企 73.4% ‘집단운송거부 안돼

납기지연·자재조달 차질 우려


바이어와의 거래 중단도 속출

55.8%는 재발시 대응방안 미비

또한 수입 통관까지 마치고 항만에서 대기 중인 원자재들이 공장으로 제때 공급되지 못해 생산이 늦어지고 납기를 놓치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레미콘 업계와 중소 슈퍼마켓 업계다.

김영석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했으나 납품단가에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고 시멘트가격 인상 후 이전 대비 50~70% 밖에 입고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운송중단 이후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 업계는 강제휴업 중이라며 업계의 하루 손실은 약 560억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단가가 수시로 변하는 상품을 적시에 공급받지 못해 중소 슈퍼들의 금전적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입차량을 사용하는 대기업 물류도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특히, 소규모 점포의 주요 매출 품목인 가정용 주류의 경우 출고량이 50%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시멘트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콘크리트업계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김동우 한국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물류대란 및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개점 휴업상태인 조합원사들이 다수라며 급등한 시멘트가격으로 적정단가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개별 중소기업들 역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단조업체인 중소기업 A사의 대표는 포스코, 세아, 현대제철 등에서 원자재 출고가 되지 않아 단조업계의 입·출고가 다 막힌 상황이라며 컨테이너가 안 움직여서 내부공정 후 생산된 물량도 컨테이너 상차 이후 항구에 가지 못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안 그래도 그동안 물류대란으로 4주 걸리던 것이 이번 집단운송거부로 10~12주 걸려 금전적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운송거부로 계속 물류가 막힐 경우, 중소기업은 대출도 어렵고 자금줄이 막혀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염료업체 B사는 수출해야 될 컨테이너 6대는 출고가 지연되고 있고, 수입하는 원재료 컨테이너 18대도 현재 부두에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산업용 포장용기 제조업체인 C사는 해외로부터 원부자재 등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번 파업으로 보세구역에서 화물 반출 등 운송이 지연됐다. 그 결과 체화료(Demurrage Charges), 경과보관료(Over Storage Charges), 반환지연료(Detention Charges) 등 추가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철회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화물연대 사태는 코로나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중소기업과 국민들에게 고통만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소기업계는 지난 5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인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노동계에 기울어진 정책으로 인해 인력난과 투자의욕 저하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면서 앞으로 새정부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불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운임제 : 화물차주에게 적정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고자 도입한 제도로,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해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시행 후 일몰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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