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는 여러 가지로 의미 깊은 행사였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한 이후 용산 청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경제단체 행사였다. 또 올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해로 대회의 의미를 더욱 뜻 깊게 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에는 중소기업인대회 최초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수장이 총출동했다.
특히 이들 5대 그룹 총수들은 중소기업단체장들과 ‘공정과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 협약’ 퍼포먼스를 벌이며 민간의 자발적 상생을 다짐했다.
5대 그룹 총수들은 김기문 회장이 행사 참석을 요청한 데 대해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혁신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면서 “세상은 급변하고 있지만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참 답답하다”며 ”이번 정부가 규제를 화끈하게 풀어야 젊고 혁신적인 기업을 많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구체적으로 주52시간제·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규제 완화와 기업승계 제도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어 김 회장은 “성장의 대가를 공정하게 나눠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며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김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성과를 공유해 격차를 줄여야, 중소기업도 인재를 확보할 수 있고, R&D에도 투자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서 5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하는 ‘공정과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 협약식’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수축사회,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대가 예상된다”면서 “중소기업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자유와 시장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함께 자리해준 5대 그룹 대표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상생협력의 길을 여는 의미 있는 시간” “정부도 기업 간 상생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상생’을 세 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중소기업들에 대해 “단순한 지원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 성장에 집중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임시국무회의에서 국채 발행 없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금 26조3000억원을 포함하는 추경을 편성해서 국회에 제출했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해서 소상공인들의 손실을 보상해 나가겠다”면서 “공공요금 경감 긴급 금융지원 등을 통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5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기문 회장, 이정환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이날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주보원 삼흥열처리 대표 등 중소기업계 대표 5인이 함께 ‘핸드 프린팅’을 했다. 이들은 “공정과 상생”을 외친 뒤 대·중소기업 상생과 동반성장을 다짐하는 ‘약속 징표’로 각자의 손바닥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핸드 프린팅을 하지는 않고, 참석자들 가운데에 서서 악수를 나눴다.
이들이 핸드프린팅을 하자 중앙 대형 LED화면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공정과 상생을 통해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동반성장 다짐 퍼포먼스 총출동
김기문, 화끈한 규제혁파 당부
윤 대통령, 중기인과 만찬 소통
기업인들과 일일이 사진촬영
손실보상 신속한 진행도 약속
모범중소기업인, 모범근로자, 육성공로자, 우수단체에 대한 정부 포상도 진행됐다. 올해 행사의 포상 규모는 훈장 15점, 포장 12점, 대통령 표창 32점, 국무총리 표창 34점 등 총 93점이다. 윤 대통령은 15명의 중소기업인에게 금탑·은탑·동탑·철탑·석탑산업훈장, 산업포장·대통령표창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윤 대통령은 핸드 프린팅 10인 및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동우 신우콘크리트산업 대표이사(금탑 수상자) 등과 헤드 테이블에 앉아 만찬을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는 빗속에서 이뤄진 중소기업인 대회 격려 만찬에서 직접 뷔페 음식을 접시에 담아가며 중소기업인들과 소통을 이어갔다.
만찬 주류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동 개발한 지평 막걸리와 국내산 머루 와인이 선택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사가 당초 예정 시간보다 1시간 가량 더 늘어난 8시 50분 무렵에 마무리됐다”며 “대통령께서 평소 강조했던 ‘자유로운 소통’ 분위기가 행사장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만찬 중 50여개의 모든 테이블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어느 기업인 부인과의 즉석 영상통화 요청에도 웃음으로 화답하고, 40여차례 넘는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중소기업인들과 친근하게 소통했다.
컴포트화 브랜드인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는 “대통령은 100억원 이상의 홍보 효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이 돈 많이 버는 게 저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네르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주말인 지난 14일 자택 인근 신세계백화점에서 구입한 신발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이렇게 기업인들과 스킨십한 대통령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분위기를 띄워주실 줄 몰랐다” 등 호평 일색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역대 대통령은 물론, 세계 지도자 중에서도 기업인과 일일이 사진 찍어주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기업인과 국민이 함께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많은 기업인과 어울린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태어나서 사진을 가장 많이 찍었다”며 “이렇게 분위기 좋은 행사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한국이 윤 대통령같이 기업인을 생각하는 대통령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행사 말미에 감사인사를 통해 “지금은 앞으로 5년 안에 세계일류국가로 가야 하는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며 “중소·벤처기업인과 소상공인이 한국경제의 당당한 주역으로 발돋움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중기부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과 경제·정무·사회·시민사회·홍보수석비서관 등 주요 참모진이 모두 참석했다. 정부에서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 7개 부처 장관이 함께했다.
- 사진=황정아·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