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하지만 그 결과는 나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5년간 41.6%나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현장의 혼란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근로능력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목적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할 것이고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선한 목적과 다르게 기업의 상황을 외면한 급격한 인상이라는 방법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작년에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322만명에 달한다는 최근 발표가 대표적이다.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이기도 하지만 근로자 10명 중 1.5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최저임금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비율을 의미하는 미만율이 늘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년 전에는 4.3%에 불과했고, 10년 전에는 10.8% 수준이었던 미만율이 급격한 인상이 이루어졌던 2018년을 기점으로 15% 수준을 유지하며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이제는 수많은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는 최저임금의 흐름을 바꾸어야 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이상과 현실간 괴리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상화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정상화의 첫 단계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이다. 무려 16.4%10.9% 인상에 맞춰 미만율은 크게 상승했고 이후 2년간 2.87%, 1.5%로 인상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자 미만율도 미미하지만 하락했다. 지불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시장의 냉혹한 반응이다. 시장 중심의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는 새 정부가 반드시 명심해야할 부분이다.

이처럼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불능력의 격차를 감안한 구분 적용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개별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듯 업종에 따라서도 영업이익률이나 인건비 비중 등 경영상황이 상이하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농림어업이나 숙박·음식점업과 같이 절반에 달하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정보통신업처럼 대부분이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업종도 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깝다면 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영상황이 열악한 업종에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거나 업종별 특성에 따른 구분 적용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업종별 구분과 관련해 최저임금 도입 첫 해인 1988년에만 적용하고 그 이후에는 적용하지 않아 사문화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당시에는 10인 이상의 제조업만 최저임금 적용대상이었으며 현재 높은 미만율을 보이고 있는 업종들은 2000년에 비로소 적용되기 시작했다. 2000년의 1865원이었던 최저임금이 20여년이 지난 지금 9160원으로 약 5배로 급격하게 인상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생겨났다면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이 맞다.

최저임금이 급등한 이후부터 미만율은 꾸준히 경고등을 켜왔지만 정작 최저임금을 논의할 때는 외면 받아 왔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이러한 행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절박하고 어려운 현실 때문에 최저임금 범법자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는가! 지금도 늦었다.최저임금 정상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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