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물가·원자재 폭등에 중소기업계 아우성
국제 곡물가격 폭등에 직격탄
러-우크라사태 ‘엎친데 덮친격’
최저임금·공공요금 동결 시급

원자재값 상승분 나홀로 부담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이 해법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하면서 중소기업계는 “범부처 차원의 물가 안정대책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급을 조기 시행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하면서 중소기업계는 “범부처 차원의 물가 안정대책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급을 조기 시행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일 인천시에서 5년째 닭튀김을 팔고 있는 A씨는 최근 급격하게 치솟는 식용유 가격 쇼크를 온몸으로 체감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뉴스가 딴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이제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작년에는 식용유 18리터 1통당 28000~3만원짜리를 썼는데, 전쟁 소식이 들리면서 3만원이 넘어서더니 지금은 45000원짜리를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일주일에 18리터 식용유 10통 이상은 써야 하는 상황에서 재료값 인상은 소상공인에게 큰 고통이 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는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장사도 안 되고 상권도 많이 죽었는데, 재료값이 자꾸 오르니 막막한 심정이라며 매출을 조금이나마 올려보려고 최근 중고 커피 머신도 들여와서 테이크아웃장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칼국수 장사를 하는 B씨도 가게 문을 연 지 10년이 넘었지만 요즘처럼 재료값이 널뛰듯 오른 건 처음 본다고 황당해 한다. B씨는 밀가루 20kg 가격이 2만원에서 한달 만에 24000원으로 뛰어올랐다밀가루뿐만 아니라 야채 등 다른 재료비도 다 같이 오르고 있어 결국 칼국수 가격을 1000원 이상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촉발 가능성

소상공인 업계에선 요즘 장사를 하면 할수록 남는 게 없다라며 아우성이다. 서울 잠실에서 부부 둘이 함께 부대찌개 장사를 하는 C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긴 해도 여전히 저녁 손님이 늘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인근 직장인들 점심장사로 얻는 매출이 대부분인데 이마저도 재료값, 공과금, 월세 등을 내고 나면 200만원도 채 남지 않는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매년 오르는 전기료, 가스요금, 수도세 등 공과금 때문에 소상공인의 속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매출은 계속 줄고 재료값은 상승하는데 올해도 공공요금 인상까지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면 회생의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장 가게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요즘 소상공인 업계의 자조 섞인 목소리다.

서울 동작구에서 국밥집을 하는 한 소상공인은 오를 대로 오른 재료값 다 지불하고 음식 만들어봤자 팔리지가 않으면 다 버려야 한다매달 마이너스 장부를 보면서 분통이 터지고 가게를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 뿐이라고 침울해 했다.

소상공인 재료값에 직격탄을 날린 국제 곡물가격 폭등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1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2021년 전 세계 식료품 가격이 30% 넘게 폭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식량농업기구는 식용유와 밀 가격이 폭등한 것이 식품 가격 급등세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식용유와 밀의 가격 폭등은 주요 수출국의 작황 악화 가뭄과 홍수의 기상악화 전 세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비료 공급난 등의 악영향이 겹친 결과다.

여기에 연초부터 불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는 그렇지 않아도 치솟는 국제 곡물가격 폭등의 화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지난 3UN 세계식량계획(WFP)기구가 밀 공급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가 수출을 못 하면 심각한 식량 안보 참사가 우련된다고 경고했다.

이미 우리나라 실물경제 지표에도 심각한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일 통계청은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6.6% 오르며 1998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24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갈비탕이 11.7%, 생선회가 10%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피자와 짜장면도 9.1%, 김밥이 8.7%로 뒤따랐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식료품 가격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재촉하는 가장 큰 원흉이 될 수 있다식비 부담이 근로자의 생활비 상승을 자극하고 이에 따른 임금 인상 압력도 높아져 물가상승을 계속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물가안정 특별대책 강구 내년도 최저임금 최소 동결 전기·가스값 공공요금동결 등을 통해 암울한 소상공인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금결제 중단 등 피해 속출

골목상권을 책임지는 소상공인이 팔수록 적자인 벼랑 끝에 서 있다면, 한국경제의 허리를 자처하는 제조 중소기업들은 납품할수록 손해인 깊은 늪에 빠졌다.

영세한 제조 중소기업에겐 요즘 공장 돌아가는 소리가 언제 터져도 모를 시한폭탄 작동음 같다고 호소한다. 제조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자재값·유가 급등 물류 애로 대금결제 중단 등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는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5일부터 22일까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4월 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 경영애로의 핵심 원인은 원자재값 인상이었다.

글로벌 원자재값의 변동은 매년 있어 왔지만, 최근처럼 강력한 국제 정세 변동의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 제조 중소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

본지가 지난 4일 보도(2354·3)러시아발 원자재 공급망 불안 직격탄 맞은 레미콘 업계제하의 기사에서도 후방산업인 시멘트 대기업과 전방산업인 건설 대기업 사이에 낀 레미콘 중소기업이 유연탄 인상분을 홀로 떠안으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을 지적한 바 있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인 소재 공급업체가 높은 가격에 원자재를 중소기업에 팔아넘기고, 중소기업은 손해를 감수하고 다시 대기업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하는 ‘V’자형 계곡이 깊어지고 있다원자재값 인상 부담은 모두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원자재값 폭등 탓에 생산단가는 하루하루 뛰는데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는 제자리걸음이라면 영세 중소기업들이 무너지는 건 시간의 문제라며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기 시행으로 원·부자재 값이 오르면 대기업 납품단가에 이를 반영하는 공정한 시장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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