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두철 한국중소기업학회장(연세대학교 교수)
문두철 한국중소기업학회장(연세대학교 교수)

자본시장에서 시작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요구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다른 ESG의 개념을 이해하고 점차 ESG를 경영에 접목하고 있다. 시야를 넓혀 세계적으로는 투자자에게 기업의 ESG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2011년부터 채택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제정하는 IFRS재단은 작년 11ESG 공시기준을 제정할 기구를 설립하고 일반 및 기후 공시를 위한 2개의 원형(prototype)을 공개했다.

또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3월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은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규정을 제안하고 60여일 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IFRS 공시기준 원형과 SEC 정보공개 규정을 살펴보면 공시대상 기업 외에도 공급망에 있는 기업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IFRS 원형은 스코프 1·2·3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보 공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SEC 규정에서는 스코프 1·2 배출량에 대한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일부 기업은 스코프 3 배출량까지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스코프 3 배출량은 협력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하므로, 이러한 공시기준이 공시체계에 최종 반영되면 ESG 관련 정보를 공시해야 하는 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도 관련 정보 제공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E) 영역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사회(S) 영역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흥미롭게 읽은 논문 중에 2010년에 제정된 미국 도드-프랭크법 제1503조 시행에 따른 영향을 살펴본 연구가 있다. 1503조는 광산 안전에 관한 것으로 SEC에 등록된 광산기업에게 안전에 관한 정보를 연차보고서에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안전 정보 공시에 따라 광산의 안전은 제고되는 반면에 노동생산성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극심한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감안하면 ESG 확산은 중소기업에게 기회요인보다는 위험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어려운 현실에서 중소기업은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한 ESG를 어떻게 추진해야할까? 먼저 ESG 개념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SG는 기업의 사업과 관련해 이해관계자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재무적·사업적 영향이 분명히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ESG 추진을 위해서는 첫째,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자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시장유형에 따라 소비자(B2C), 대기업(B2B), 공공기관(B2G)ESG에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다.

둘째, 대기업에 비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핵심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한 ESG 우선순위 항목들을 파악하고 주요 항목들에 대한 이행계획을 수립해 실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ESG는 사회와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가령 안전이 제고되면서 노동생산성도 함께 향상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ESG와 디지털 전환을 연계해 생산성 증대, 탄소 감축, 산업재해 감소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넷째, 중소기업은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력업체 선정이나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ESG 활동 및 성과를 요약하고 이를 홈페이지 등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ESG가 모범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수단이 아니라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우리 기업의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ESG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인식전환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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