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안 맞으면 출고 불가”… 유연탄값 변동분 추가인상도 시사
건설사도 대기업과 짝자꿍, 원자재 인상분 중소기업에 떠넘기기
“납품할수록 손해” 러-우크라이나 사태에 레미콘 업계만 속앓이

레미콘 업계는 대기업인 시멘트 회사들이 계열사를 늘려 골재-시멘트-레미콘 등의 연관 산업 분야를 수직계열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자재 수급차질에 따른 일방적인 가격인상의 피해는 중소 레미콘 업계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레미콘 업계는 대기업인 시멘트 회사들이 계열사를 늘려 골재-시멘트-레미콘 등의 연관 산업 분야를 수직계열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자재 수급차질에 따른 일방적인 가격인상의 피해는 중소 레미콘 업계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불똥이 우리나라 중소기업계에 튀어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졌던 원자재 불균형에 더해 전쟁 장기화로 중소기업계는 각종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 차질과 가격 인상의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다수(소기업 약 80%)인 레미콘 업계는 때 아닌 유연탄 가격 급등의 후폭풍을 심하게 겪는 중이다.

대기업 중심인 시멘트와 건설 회사 사이에 낀 레미콘 업계는 후방산업의 시멘트 가격인상을 일방적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고, 이를 전방산업인 건설사와는 가격협상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약 930곳에 달하는 레미콘 중소기업들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지난 3111톤당 343.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200달러대에서 거래 중이다. 이는 지난해 80~120달러를 오르락내리락 했던 가격폭과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가격시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가격 오름세는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유연탄의 전 세계 공급망 붕괴에 따른 여파다. 러시아산 유연탄은 국내 수입량의 70%에 달한다. 러시아산 유연탄 공급망을 대체하기 위해서 호주 뉴캐슬탄을 비싸게 가져오고 있다.

 

시멘트 1톤당 15200원까지 인상 요구

유연탄은 시멘트의 주요 생산원료다.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멘트 업계의 일방적인 가격인상 몽니로 레미콘 업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미콘 업계도 시멘트 가격 인상이 불가피 한 부분을 공감하지만, 시멘트-레미콘-건설사로 이어지는 공급망에서 대기업이 레미콘 업계에만 가격 손실의 부담을 강압적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익명을 요구한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시멘트 회사들은 레미콘 중소기업들에게 연초부터 20% 가까운 가격인상을 제시하고 있는데 가격 절충도 안 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라며 가격을 인상해 주지 않으면 시멘트 재고물량이 2~3일치 밖에 안 남았다고 협박성 얘기를 하고 있고 4월부터는 공급을 못한다는 엄포도 하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시멘트 회사들은 하나같이 지난 1월부터 1톤당 시멘트 가격을 13500~15200원까지 17~19% 인상하겠다고 레미콘 업계에 통보했다. 여기에 최근 유연탄 가격 변동을 더해 추가 인상도 시사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가격이 전쟁과 공급망 불안의 복합요인으로 지난 311일 일시적인 최고가(343.7달러)를 찍은 것을 두고 “400달러는 손익을 따지기에 현실감이 없고 시멘트를 만들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의 인상 요구가 모두 관철되면 1톤당 11만원에 달하는 가격대가 형성된다. 한 번도 가지 않은 시멘트 최고가 시장이 열리게 된다.

이와 관련 건설사도 같은 대기업인 시멘트 업계 편을 들고 있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부족으로 인해 4월부터 건설 현장이 멈춰 설 수도 있다며 레미콘 업계가 시멘트 인상분을 짊어지고 자신들에게 납품을 서두르라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회사들이 재고물량 부족을 빌미로 일방통행식 가격 압박을 중소기업들에게 퍼붓는 것은 시장경제의 불공정이라고 꼬집어 말한다.

익명의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가 재고물량이 2~3일 밖에 안 남았다고 언론을 통해 자꾸 압박을 하는데, 대기업의 요구 그대로 중소 레미콘 업계가 가격 인상을 해 주면 정말 4월부터는 시멘트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맞춰줄 수 있는 거냐재고물량 부족은 핑계고 가격인상이 목적인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업계의 가격 인상 부담을 건설사 납품가격 인상으로 나눌 수 없는 고질적인 샌드위치신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1년에 한 번씩 대기업 건설사와 레미콘 납품가격을 협상하는데 지난해 11~12월에 했었다그런데 어떻게 중소기업이 4개월 만에 다시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대기업에게 말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중소 레미콘 업계는 지난해에도 납품가격을 현실화하지 못해서 팔수록 손해인 적자 구조에 빠져 있다고 호소했다.

 

건설 성수기에 골재수급 차질레미콘업계 찬물

중소기업인 레미콘 업계는 유연탄 말고도 다른 원자재 수급난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바로 모래나 자갈 등이 들어가는 골재 수급 문제다. 골재는 레미콘에서 80%나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 중 하나다.

최근 삼표 양주 채석장 토사 붕괴 사고로 인해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수도권 북부 전체 생산량의 30%가 올스톱 됐다.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강행에 따라 재가동 시점도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다.

골재는 지역별 이동도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을 통해 골재를 수급받는 레미콘 업계는 초비상에 걸려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골재수급계획상 지역별 자체 공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수도권 지역에 광역급행철도(GTX), 아파트 등의 건설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골재 수급 차질은 레미콘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또 다른 악재다. 수도권 지역에 있는 레미콘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는 비축된 골재로 생산량을 맞출 수 있지만 골재가 장기적으로 수급 부족을 겪으면 결국 생산차질은 불가피하다시멘트 업계가 가격인상을 통보한 상황에서 골재 가격까지 오르는 겹악재로 4월에는 레미콘 대란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유연탄 인상에 대기업 주가 동반상승中企 허탈하다

레미콘 업계는 대기업인 시멘트 회사들이 계열사를 늘려 골재-시멘트-레미콘 등의 연관 산업 분야를 수직계열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자재 수급차질에 따른 일방적인 가격인상의 피해는 중소 레미콘 업계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이번 유연탄 가격 폭등으로 시멘트 대란이 예상되자, 시멘트 대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강한 상승장을 보이고 있다.

고려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삼표시멘트, 한일시멘트, 쌍용C&E 등 주요 시멘트 회사들의 주가는 유연탄 가격 폭등 소식에 연일 치솟고 있다.

원자재 부족이 시멘트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시멘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으로 인한 주가 부양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특히 중소 레미콘 업계에 통보한 20%의 납품가격 인상이 관철될 경우 시멘트 회사들의 주가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게 증권가에 분석이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시멘트 가격이 1톤당 1만원만 인상이 돼도 시멘트 회사의 매출은 평균 15%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공급난이 오히려 대기업에겐 회사 가치를 상승시킬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소 레미콘 업계는 허탈하다는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지방에 있는 한 레미콘 업체 대표는 이미 시멘트 회사들이 19%나 인상된 계산서를 발행하고 있다결제를 안 하면 시멘트 출고를 못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지경이다라고 걱정했다.

이에 레미콘 업계는 윤설열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를 한시 바삐 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공급망 불안 문제가 한국경제의 단기 과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중장기 국정과제로 다뤄져야 하는 핵심 이슈라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레미콘 업계와 같이 원자재 피해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 시멘트, 레미콘, 건설사 간 상생 협의 테이블을 만들어줘야 한다무엇보다도 원자재 가격 변동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납품단가 연동제 조기 시행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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