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보전 등 정책금융 활용한 유동성 추가공급도 시급
매출채권 팩토링·저금리 대환대출 활성화 대책 필요
‘금융기관+정부 재정’ 결합한 연착륙 방안 마련 필수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주요 시중 은행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3월 종료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주요 시중 은행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3월 종료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다시 한 번 통 근 결단을 내렸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조치의 종료 시점을 오는 3월말에서 9월로 6개월 연장하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추진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난 20204월 첫 연장 이후 ‘5차 재연장이 확정된 것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 정국 속에서 중소기업계는 매출은 하락하는데 빚은 늘어나고 금리는 상승하는 ‘3대 악재에 경영자금이 바짝 메말랐다. 그나마 정부가 신속하게 뛰어들어 중소기업계의 대출만기 연장을 지원하고 경영위기 극복의 마중물을 부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203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 주체 초청 원탁회의에서 대출만기 연장을 직접 요청하며 5차례 재연장의 물꼬를 틀어왔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가장 잘한 중소기업 정책중 하나로 대출만기 재연장 특례조치를 꼽고 있다.

김기문 회장은 지난달 2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가장 문제가 은행들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회수하는 것이었다코로나19와 같은 천재지변으로 기업이 부도나는 건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연착륙 방안, 차기 정부서 구체화

이번 대출만기 5차 재연장 결정은 기존 1~4차 재연장 특례 조치와는 다른 복합적인 과제를 떠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된 그간의 재연장 조치의 출구전략(원금·이자 상환 연착륙 방안)을 오는 39일 당선될 차기 대통령의 경제팀에서 명확히 구체화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3일 금융위는 이번 재연장 조치에 따른 세부방안을 금융권과 협의해 이달 중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오는 9월말 이후 대출만기 연장의 연착륙 방안의 운전대를 차기 정부에 바통을 넘기게 된 것이다.

유력 대통령 후보들 모두 대출만기 연장의 연착륙 방안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 당선 이후 중소기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과감한 지원대책도 약속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당선 즉시 2차 추경을 해서 코로나로 인한 빚을 탕감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저금리 특례보증 대출 50조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계의 경영위기 극복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신속 지원을 해왔다면 금융 특례조치가 종료하는 10월 이후에는 26개월 동안 누적된 중소기업계의 부채 문제를 어떻게 점진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차기 정부 5년 국정운영의 첫 시험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재연장 조치로 인해 2020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상환 유예 지원실적은 약 2722000억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만기 연장이 2582000억원, 원금 유예가 138000억원, 이자 유예가 2354억원이다.

 

원금 장기분할, 재기 유도해야

이에 대통령 인수위원회와 금융위에서는 지난달 16일 중기중앙회가 금융당국과 재정당국에게 중소기업계 현장 중심의 정책조합’(policy mix)을 요구한 출구전략 제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기중앙회는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조치의 연착륙 방안으로 금융과 재정 정책을 혼합하는 지원책을 제안했다. 주된 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상공인 등 취약차주 대상 원금을 제외한 이자 채무 면제 상환청구권이 없는 매출채권 팩토링* 및 저금리 대환대출 활성화 융자·보증·이차보전 등 정책금융을 통한 유동성 추가 공급 등이다.

누적된 중소기업계의 부채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부채 상환 시기를 조절하면서 지원책을 마련해 연착륙을 이끌고, 재정당국은 정책금융을 활용해 취약차주에 대한 핀셋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주요 요지다.

특히 정부가 취약차주에 대해 이자를 청산하는 재정 정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20204월부터 202110월까지 은행 프리워크 아웃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캠코의 개인연체채권 매입(무담보 대출·신용) 3대 채무조정 지원책을 통해 총 9519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한 질서 있는 정상화를 위한 연착륙 방안의 핵심 지원책이었다.

따라서 대출원금의 이자상환 유예금액 2354억원 가운데 소상공인 취약차주를 우선 선별해 이자 채무를 탕감하는 특례조치가 그렇게 큰 요구가 아니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 취약차주들은 쌓이는 이자 부담 때문에 오히려 금액이 큰 대출원금 상환이 뒷전이 될 수 있다이자 채무를 면제하고 대신 원금을 장기 분할해 매월 갚는 방식으로 재기지원을 유도하는 통 큰 결단도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가 급격한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중소기업계의 상환 여력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화당국은 금리 인상을 계속 단행해 1.25%까지 올라 코로나 이전 기준 금리로 회귀했다. 미국 연준의 빅스텝’(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 한번에 0.5%포인트 인상) 이슈도 있는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는 총 세 차례 금리인상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이자와 원금의 이중 상환 압박이 커지면서 부채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들 취약차주의 대규모 부실화로 인한 집중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질서 있는 상환 이행이 이뤄지려면 이자 채무 면제·원금 분할 상환하는 방식도 어느 정도 연착륙 방안으로 설득력을 얻는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원래 재정 정책의 목적이 어려운 국민을 선택적으로 도와주는 데 있기 때문에 정말 지원이 필요한 차주를 식별해주면 재정당국이 재정으로 이자를 청산하는 방식의 연착륙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 폭탄언론 보도는 과대포장

특히 중소기업계는 최근 언론에서 정부의 대출만기 5차 재연장으로 인한 금융권의 총체적 부실위험’ ‘대출 폭탄 돌리기등 과격하고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언론지상에서의 걱정과는 달리 금융기관의 재정건전성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0.27%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말(0.29%)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여기에 금융권이 대출 만기연장 등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2년 넘게 계속 해오면서도 지난해 순이익이 사상 최대인 15조원에 육박했다 점도 금융권의 대출 부실사태 우려가 과대포장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기중앙회는 시중은행이 높은 대손충당금(대출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적립금)을 쌓고도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금융당국의 강화된 DSR(원리금 상환 비율) 조치를 적용 중이고 실제 이자상환 유예 규모도 크지 않다고 강조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열린 소상공인 부채리스크 점검 간담회에서 정상화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일시상환 부담을 겪거나 금융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현재 금감원 등과 함께 자영업자의 경영·재무 상황을 정밀분석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맞춤형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이 언급한 충분한 안전장치는 지난해 3월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착륙 지원 5대 원칙에다가 추가적인 보완이 강구된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연착륙 5대 원칙은 유예기간 종료 후 차주의 상환 부담이 일시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최적의 상환방안 컨설팅 제공 유예 원리금 분할 상환시 유예기간 이상의 상환기간 부여 상환 유예된 이자에 대한 이자 미부과 중도상환 수수료 없는 조기 상환 컨설팅과 협의 거쳐 차주가 상환 방법·기간 결정 등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그간 연착륙 5대 원칙의 실효성에 의문을 보내왔다. 대표적인 게 최적의 상환방안에 대한 컨설팅이다. 실제 컨설팅 수요는 매우 저조했다. 금융위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연착륙 방안 이용현황에 따르면 원리금 상환유예 대출잔액의 10.4%에 해당하는 차주만이 사전컨설팅을 받았다.

사전컨설팅은 지원종료 2개월이 임박한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전화 통화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컨설팅의 비율은 이 보다 더 저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다른 연착륙 방안도 본래의 부채 규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환일정 조정과 분할방식에 대한 협의만 있기에 취약 차주의 대규모 리스크를 감당하긴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원 계획과 대출의 일부 탕감 조치 그리고 금융권의 취약 차주 상환능력에 대한 조속한 판단 작업 등 3박자가 이번 5차 재연장 기간 동안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매출채권 팩토링 정부가 추진하는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은 상환 청구권이 없는지원 제도다. 중소기업의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이 매입해 즉시 현금화하기 때문에 채권 회수지연에 따른 유동성 애로를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매출채권담보대출과 달리 중소기업 매출채권 팩토링 제도는 채권 만기일에 거래 기업의 지급을 따로 책임질 필요도 있다. 대금 상환은 채권을 매입한 금융기관에서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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