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0%.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결과,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에 대한 응답 비율이다. 거의 모든 기업이 승계 시 세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가 세 부담 경감을 위해 2008년도부터 가업상속공제제도와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행 15년차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실제로 가업상속공제제도와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의 경우 5년 평균 활용 건수가 각각 93, 180건으로 활용률이 높지 않다. 반면, 실태조사 결과 제도를 모른다고 응답한 기업은 3.8%, 7.2%에 불과할 정도로 제도의 인지도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호응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수요자인 기업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게 제도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1·2세대 승계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사전·사후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곳 중 1(27.5%)에 그쳤다. 나머지 72.5%는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이용하더라도 사후관리를 위반해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세부요건 등으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제도를 지난해 국회에서는 외형만 키워놓았다. 대상기업을 매출액 3000억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에서 매출액 4000억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 없이 대상자만 늘려놓은 상황이다. 또 최근 기획재정부에서는 가업상속공제의 사전요건에 해당되는 가업의 범위를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 대분류 내로 완화하는 시행령 개정안 발표를 했다. 언뜻 업종제한이 완전히 풀린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사전요건만 허용한 것이고 사후요건으로는 여전히 중분류 내로 규제하고 있어 개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플라스틱 부품을 제조하던 기업이 ESG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소재의 다른 부품을 제조하고자 할 때 현 대표자 생전 신산업에 진출에 성공하면 문제가 없지만, 대표자 사후에 결실을 맺는다면 이자상당액과 함께 상속세를 물어내야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대표자 사망과 투자 성공여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음에도, 생전에는 가업이라 인정하고 사후에는 기준을 축소해 가업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경영환경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혁신 없이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경영 환경속에서 기업의 혁신 노력이 오히려 승계와 성장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기업승계 문제는 골든타임에 도달해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산업화와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섰던 700만 베이비붐 세대들이 매년 7~80만명씩 고령 인구로 편입되고 있다. 제도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실태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반 이상(56.8%)이 신규투자 등을 하지 않거나 폐업, 기업매각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리더스포럼과 최근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양당 대표는 앞다퉈 기업승계 원활화를 지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특히, “정말 제대로 기업의 영속성과 창업자의 노하우가 지켜져 진화 발전해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하겠다는 어느 당대표의 이야기처럼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는 기업승계 지원제도가 현실에 맞게 제대로전환되는 원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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