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뿌리산업법)이 시행됐다. 뿌리산업법 제정 10년 만에 뿌리기술의 범위가 6기반 공정 기술’(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8차세대 공정기술을 더해 14개로 확대됐다. 사출·프레스, 정밀가공, 적층제조, 산업용 필름 및 지류 등 4개의 소재 다원화 공정기술과 로봇, 센서,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설계 등 4개의 지능화 공정기술이 새롭게 추가됐다.

뿌리기술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뿌리산업의 범위도 기존 6대 산업 76개 업종에서 14대 산업 111개 업종으로 늘어난다. 뿌리 사업체수도 약 32000개사에서 약 9만개사로 대폭 증가했다.

이번 시행된 뿌리산업법에는 뿌리산업의 소재기술 확장 뿐만 아니라, 뿌리기업 집적화 지역인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원을 위해 산업기반시설 등 인프라 중심의 기존 지원과 함께 생산·공급망의 안정화와 근로자 복지증진을 위한 편의시설의 설치 근거가 마련됐다. 뿌리기술의 첨단화와 미래형 구조 전환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그러나 뿌리기업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다. 화평·화관법 시행으로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고, 52시간 근로제 확대 시행과 함께 내년 1월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예정돼 있어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ESG와 탄소중립 정책 등 급격하게 바뀌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안전 시설이나 친환경 설비투자 등이 필요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외국인노동자 입국제한 해제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급이 완벽히 회복되지 못했고 청년인력은 뿌리기업 취업을 기피해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다.

뿌리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뿌리산업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개정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업종별 중소기업협단체와 자주 소통하고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정책 및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금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만성적인 자금·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뿌리기업 전용 정책자금을 신설하는 등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뿌리산업은 중기부의 정책자금 융자 예산의 일정액을 우선 배정해 지원받는중점지원분야에 포함돼 있지만, 실제로 영세 뿌리기업이 활용하기는 어렵다. 인력과 행정력이 부족해 융자 접수가 시작되는 연말에 내년도 자금 융통 여건을 미리 고려해 융자를 신청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고, 연중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대출을 받고자 할 때는 이미 자금이 소진돼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단순히 자금을 우선 배정받는 것이 아니라, 뿌리기업을 위한 저리의 정책자금 쿼터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인력부족 문제의 해결도 시급하다. 노사가 합의하는 경우에 추가연장근로 허용을 확대하고,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 확대 등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뿌리기술 범위 확장에 따라 뿌리산업 진흥정책 체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뿌리산업 정책은 주로 산업부가 관장하고 있지만,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는 과기부 산하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속이다. 중기부는 뿌리기업 지원사업의 일부만 담당하고 있어 기능과 역할에 한계가 있다.

뿌리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중기부의 정책수립 및 조정기능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뿌리산업 육성은 개별 부처 단위의 정책만으로는 접근이 어렵다. 과기부, 산업부, 노동부, 중기부 등 관련 부처 간 긴밀한 협업과 연계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뿌리산업 진흥정책 체계의 재정립이 시급한 이유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