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 김지혜(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지혜(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지혜(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취약계층을 위한 도움의 손길도 바빠진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매년 이맘때쯤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를 담그거나, 온몸이 까맣게 된 채 연탄 배달하는 기업임직원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 취약계층이 겨울에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나눔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실천하기에는 지금이 적당한 시기인 것 같다.

오늘날 기업은 사회적 가치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할 것을 사회로부터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활동은 중점을 두는 요소와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CSR, CSV, 지속가능발전, ESG, 기업 사회공헌활동 등의 용어로 불린다. 이중 기업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자선적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사회문제를 기업의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해결하는 활동을 뜻한다.

 

소비자·기업 윈윈 핵심 열쇠

예전에는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논의됐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경영상황이 악화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회의 요구가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3.4%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그러면 왜 이렇게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회는 중소기업에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하는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최근 논의를 살펴보면, 기업의 목적은 더 이상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자와 투자자, 협력 업체, 지역사회, 종업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중심 관점이 우세해졌다. 또한, 기업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소비자도 점점 현명해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구매하지 않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 이외에도 중소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직원의 조직몰입과 직무만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인해 조직 신뢰도가 올라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업무 몰입과 직무만족이 향상으로 이어진다. 물론 직원의 기부와 봉사 참여는 회사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직원의 자발성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 사회공헌활동 참여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 이러한 다양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헌 관련 전담부서와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협력할 수 있는 NGO나 복지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지역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필요하다면, 여러 중소기업이 역량을 모아 함께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하는 것도 제안한다.

 

사회공헌 플랫폼 개발 고려할 시점

이를 위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지역별 중소기업들이 협력해 사회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플랫폼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공헌 플랫폼의 목적은 지역 내의 각 기업과 비영리조직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재난으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은 재난에 더 큰 영향을 받고,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재난은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재난의 크기는 모든 이에게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기업의 역할 중 하나는 취약계층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관심 갖고 지원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염병이라는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게 만들고,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한다면, 소비자와 직원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으며,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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