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본주의' 탄력…강경파 안보정책 힘 받을 듯
개헌 세력 3분의 2 이상 유지…견해 차로 난항 예상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31일 당 본부에 설치된 개표센터에서 당선자 이름에 장미꽃을 달아주고 있다. 그 옆에서 지역구 출마로는 낙선한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당 간사장이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응시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31일 당 본부에 설치된 개표센터에서 당선자 이름에 장미꽃을 달아주고 있다. 그 옆에서 지역구 출마로는 낙선한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당 간사장이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응시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4년 만에 실시된 중의원 총선에서 선전했다.

지난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이번 총선으로 첫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함에 따라 국정 운영에서 힘을 받게 됐다.

기시다 총리는 조만간 소집될 특별국회에서 제101대 총리로 다시 선출된다.

2012년 12월 정권을 되찾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시작으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를 거쳐 기시다 내각까지 9년 가까이 이어진 '자민당 1강' 정치 체제는 여전히 건재함을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31일 실시된 중의원 총선거에서 전체 465석(지역구289석·비례대표 176석) 가운데 단독 과반 의석(233석 이상)을 훌쩍 넘어 '절대안정다수' 의석 기준선인 261석을 확보했다.

절대안정다수는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점하면서 위원도 과반을 차지하는 최소 의석이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32석)과 합하면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3분의 2 의석(310석) 이상에 다소 못 미치는 293석(63.0%)을 확보했다.

자민당 단독으로는 직전(276석)보다 15석을 잃었다.

그러나 지지율 급락 사태를 겪은 스가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선거의 얼굴로 등판한 기시다 총리가 이번 총선의 승패 기준을 여당(자민+공명당) 과반의석을 목표로 했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선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승패 기준으로 여겨졌던 자민당 단독 과반도 무난히 달성했다.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 투표일인 31일 수도 도쿄의 투표소 밖에서 한 유권자가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 투표일인 31일 수도 도쿄의 투표소 밖에서 한 유권자가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선거 운동 기간에 일각에선 자민당 단독 과반이 불확실해 보인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지역구의 약 40%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던 접전지에서 자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주요 야당 세력은 정권 교체를 표방하며 지역구 약 70%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한 세력 결집에 나섰지만, 애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입헌민주당(직전 110석)은 오히려 의석수가 14석 줄었다. 단일화에 참가한 5개 야당 전체로는 131석에서 121석으로 10석 줄었다.

이와 달리 우익 성향의 야당 일본유신회(직전 11석)는 의석수를 4배에 근접한 41석으로 늘리며 공명당을 제치고 제3당으로 급부상했다.

자민당과 단일화 참여 야권에서 줄어든 의석을 흡수한 양상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스가 대신 자민당의 새 얼굴로 기시다가 등장한 것이 일정한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또 한때 하루 2만5000 명을 웃돌던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최근 300명 안팎까지 급감하면서 뒷북 대책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던 방역 행정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가 가라앉은 것도 자민당이 선전한 배경으로 꼽힌다.

아울러 유권자가 자민당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음에도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 반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은 자민당의 '선거의 얼굴'로 나선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 4역과 새 내각에서 총재 선거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아베와 아소 다로 전 부총리 측 인사를 중용하며 자신의 색깔을 억제해온 기시다 총리로선 당내 권력 기반을 다지게 됐다.

총선에서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자칫 단명 총리로 끝나는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시다 후미오(중앙) 일본 총리가 10월 27일 수도 도쿄에서 총선 유세를 벌인 뒤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중앙) 일본 총리가 10월 27일 수도 도쿄에서 총선 유세를 벌인 뒤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대책, 격차 해소를 중심으로 한 경제 대책,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둘러싼 외교·안보 문제 등이 쟁점이 된 이번 선거였다.

기시다 총리가 간판 정책으로 내건 '새로운 자본주의'도 탄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다. 대담한 금융완화 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성장 전략 등 아베노믹스의 3대 축을 유지하되 양극화 심화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민당이 당내 강경파가 추진하는 안보 강화 정책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자민당 내 강경파는 총선 공약으로 방위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증액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을 제시했다.

공명당이 자민당 강경파의 안보 강화 정책에 부정적인데 자민당이 절대 안정 다수 의석까지 확보함에 따라 공명당의 협조 없이도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자민·공명당과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이른바 '헌법 개정 세력'의 전체 의석은 개헌안 발의 가능 의석인 3분의 2(310석)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공명당은 개헌 논의에 소극적이고 일본유신회는 교육 무상화와 헌법재판소 설치 등을 개헌안으로 제시하고 있어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 조항 등을 추가하려는 자민당과 온도 차가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 이후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55.98%(추정치)로 4년 전인 2017년 10월에 실시된 직전 총선(53.68%)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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