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리 한의사의 혀로 보는 건강학]
백태·설염이 만성염증 신호탄
간과했다간 치명적 질환 초래
만성염증, 면역력 저하와 무관
스트레스·내몸 불균형이 촉발

염증이라는 것이 뭘까? 대표적으로 외부 충격으로 외상이나 화상을 입었을 때 우리 몸이 일부러 발열과 통증을 일으키는 걸 말한다. 염증이라는 단어만 보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의외로 염증반응은 우리 몸이 나 자신을 외부로 부터 보호하는 수단이다. 물론 비염증성 통증도 있긴 하지만, 염증은 통증의 관점에서만 봤을 때 우리 신체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자극이 신경을 통해서 통증으로 인지되게끔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조심해라는 통증을 만들기 위해 염증이라는 단계가 먼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다루게 될 주제는 방어적 의미의 급성염증이 아니고 내 몸을 반복적으로 공격해서 세포의 돌연변이까지 만들어 암으로 발전시키는 만성염증에 관해서이다.

스트레스나 불규칙적인 식습관, 미세먼지 같은 환경오염에 의해서 CRP같은 염증성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되고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이동하면서 전신 만성염증을 만들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만성염증의 원인을 면역력이 떨어져서 발생한다고 잘못 알고 있다는 점이다. 급성염증의 치료약은 대부분 항히스타민제, 항뮤코트리엔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다.

그리고 만성염증에는 보통 이와 같은 소염제도 처방되지만, 스테로이드가 같이 처방된다. 스테로이드의 효능은 면역억제효과인데, 만성염증이 만약 면역력이 떨어져서 오는 것이라면 면역을 더 억제시켜서 치료한다는 것에 어폐가 생긴다. 정리하면 만성염증은 단순히 면역력이 떨어져서 오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면역력을 무조건 올린다는 제품들은 도움이 될 수가 없다.

그럼 만성염증의 원인은 뭘까? 염증은 한의학적으로 화와 열이 원인이 된다. 면역의 관점에서 보면 실화와 실열은 항진, 허화와 허열은 저하의 영역이 될 것이다. 그럼 이런 화와 열, 면역의 불균형은 왜 올까? 바로 필자가 칼럼을 통해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장부간의 불균형 때문이다. 바꿔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모든 사람들이,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미세먼지 속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만성염증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결국 스트레스, 과체중, 오염된 환경과 같은 안 좋은 상황에서 내 몸 장부 간의 불균형이 촉발되었을 때 비로소 염증이 시작된다.

만성염증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한참 진행돼야 비로소 문제가 되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만성염증의 개선과 치료가 아주 중요한 이유는 이 만성염증이 곧 만성 질환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치명적인 혈관계 질환이나 암, 자가 면역질환의 기저에는 항상 이 만성염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만성 염증은 오랜 기간 약물을 복용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간 약물 복용으로 인한 합병증과 부작용을 얻지 않으려면 근본적 원인 해결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달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노란우산 경영지원단의 한방상담에서 이러한 만성염증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혀카를 통해서 비대면으로 입수된 정보로 진행됐는데, 많은 항목 중 백태와 설열이 열과 화라는 만성염증의 징조를 보여준다. 따라서 혀 상태만 수시로 관찰해도 만성염증의 전조를 파악, 미리 대비할 수 있으므로 이를 생활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 최주리 한의사(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창덕궁한의원 원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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