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8개월 내리 선제적 지원
고정 운영비용 최대 100% 지급
코로나19 극복 롤모델 삼아야

독일 베를린에 살고 있는 필자는 PCO(Professional Conference Organiser)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다. 필자가 대표인 JRP Agentur는 독일-한국 간 국제컨퍼런스, 박람회 등을 기획하거나 대행하는 회사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고강도 피해 업종이라 회사는 16개월째 개점휴업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살았고, 코로나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이제 위드코로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발선에 서있다. 1년 반 동안 필자의 5인 가족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의 코로나 지원금 덕분이었다.

박정롱(JRP Agentur 대표)
박정롱(JRP Agentur 대표)

독일정부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지난달 20일 기준 총 1206억 유로(한화1675000억원)를 풀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 대상 특별대출, 보증, 경영안정자금지원 등이 포함돼있다. 특히 지원금은 지난해 31차 봉쇄조치 이후 지급한 긴급지원금을 시작으로, 봉쇄 조치의 대상과 강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는 소규모기업,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긴급 지원금으로 135억 유로(48102억원),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중소기업 가교지원금으로 4차례에 걸쳐 200억 유로(276686억원)가 지급됐다. 1046769명이 신청한 자영업자를 위한 새출발 지원금152억 유로(21273억원)나 됐다.

작년 3월 긴급지원금은 영업 중지로 직격탄을 맞은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소규모 사업자에게 지급됐다. 독일에서 세금 번호를 가지고 수익활동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코로나로 재정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내외국인 구분은 없었다. 직원 5명 이내 사업자는 최대 9000유로(1237만원), 10명 이내 사업자는 최대 15000유로(2000만원)를 받았다.

베를린 거주자인 필자는 시에서 지급하는 5000유로(687만원)를 추가로 받았다. 명목은 3개월(20203~5) 치 운영자금이었다. 이 당시 향후 3개월간 예상되는 피해를 막으려는 게 목적이었다. 신청 후 3일안에 집행된, 독일에서도 유례없는 대규모 현금 지원이었다.

그 후,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독일 정부는 1~3차 가교지원금(20206-20219)2차 봉쇄가 있었던 작년 11~12월에 대한 보상 지원책인 11, 12월 지원금을 통해 코로나로 인해 매출 손실을 입은 업체의 고정 운영비(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등)2019년 기준, 최대 100%까지 지원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4차 지원금(202110~12)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한 지원은 지난 18개월 동안 한 번의 중단도 없이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덕분에 지금껏 한 번도 사무실 임대료나 관리비, 인건비가 밀린 적이 없다. 여기에 4차 지원금 신청을 앞두고 있어, 올해 말까지 회사 문을 닫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선제적인 조치 후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어 가는 상황이라, 언젠가 일정 부분 청구서가 날아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수준은 합리적일 것이라 믿는다.

한국에서 재난지원금을 놓고 선별이니 보편이니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독일도 그랬다. 하지만, 독일은 보편 복지가 국민의 권리라는 합의를 이뤘다. 1206억 유로에 달하는 지원금이 그 증거다. 선례가 만들어졌으니, 추가지원은 쉬웠다. 국민이 요구하면 언제든 정부가 돈을 풀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이 도출된 것이다.

한국의 전시산업계는 이미 고사상태라고 알고 있다. 계속 연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시 행사 자체를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은 미미하다는 동종업계 동료들의 울분이 한국에서 8200나 떨어진 독일까지 전해진다.

국가를 지탱하는 것은 기업이고, 대한민국의 기업의 99.9%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뜬 기업인과 자영업자가 많다는 소식을 접했다. 같은 자영업자로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돈 좀 풀자. 그것도 많이 풀자. 그래야 국민의 인적 역량을 최대한 끌어 모아야 할 때, 국가의 동원에 국민이 응답한다. 자영업자들 죽게 하지 말자. 국가의 존재 이유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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