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 가격 변동, 기업 경영에 큰 영향 ]
주요 원자재 평균 33% 이상 상승
86%가 인상분 제대로 반영 못해
‘샌드위치’‘넛크래커’신세 하소연

대·중기 양극화 문제해결 출발점
김기문, 당·정에 대책 강력 주문

국내 중소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원자잿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중소기업은 원자잿값 상승분을 원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채산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제조업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자재 가격변동 및 수급불안정 관련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년 말 기준, 중소제조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원자재의 89.9%가 상승했고, 가격이 오른 원자재는 평균 33.2%’의 상승을 보였다.

특히 타 원자재 대비 후판(61.2%)’, ‘냉연강판(56.0%)’, ‘선철(54.8%)’ 등 철강 원자재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제품 생산 시 주로 쓰이는 원자재로 철강(34.2%)’비철금속(39.0%)’이 가장 많았으며, ‘목재/종이류(12.4%)’, ‘석유/화학(10.4%)’ 순으로 응답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수입물가는 두 달째 상승하면서 6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국제 유가와 원자잿값이 계속 오르면서 원화 환산 수입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이 두 달 연속 높아진 것.

 

수입물가 69개월만에 최고치

한국은행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수준 100)115.43으로 5(112.81)보다 2.3% 상승했다.

6월 지수(115.43)20149(115.77) 이후 69개월만에 최고 기록으로, 전월대비 기준으로 5월에 이어 2개월째 올랐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4.0%나 높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을 품목별로 보면, 원재료 중 광산품(7.1%)과 중간재 중 석탄·석유제품(5.3%)이 높았다. 6월 국제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한 달 새 7.9% 오른 영향이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수입 원자재, 중간재 물가가 높아지면 생산비용 상승 압력도 커지지만, 업체들이 영향을 얼마나 가격에 전가할지 일률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생산 비용 상승 측면에서 국내 생산업체들이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매출액이 감소한 기업은 49.6%로 기업 2곳 중 1곳에 이른다.

특히 원자재 가격변동이 영업이익에 부정적이라는 응답 또한 87.4%에 달해 원자재 가격변동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인상 일방적 통보받아

원자재가 협상과 관련, 중소제조업체 61.8%는 원자재 생산 대기업으로부터 가격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다고 답했으며, ‘구두협의계약서 작성은 각각 21.0%, 16.6%에 불과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주기 또한 수시(76.2%)’가 가장 많고, 1년 단위는 16.8%로 나타났다.

반면 원자재 가격변동에 따른 위탁기업과의 납품단가 협상주기는 ‘1(40.4%)’, ‘수시(38.4%)’ 순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주기(수시, 76.2%)와 시차가 존재했다.

원자재 가격상승분에 따른 납품단가 반영여부의 경우, ‘일부만 반영(43.2%)’ 전혀 못함(43.0%)’이 전체의 86%에 달했다.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원자잿값이 올라도 이를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들에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설문에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71.4%)를 차지했다.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올해 상반기와 같은 국제 원자재가 급등 상황에서는 대기업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나 다름이 없다. ‘넛 크래커(nut cracker·호두를 양쪽으로 눌러 까는 기계)’라는 말도 나온다.

 

대기업 사이에 끼인 중소기업들

전후방 연관 산업이 모두 대기업인 우리 업계는 인상된 원재료 가격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산업구조로 하루하루 버티기 어렵습니다.”

지난 6월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원자잿값 상승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은 원자잿값이 오르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밸류체인상 넛 크래커처럼 대기업(원료수입·납품처) 사이에 낀 중소기업이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제조사별 원가구성이 유사하고 전국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동일한 레미콘의 특성을 감안해 원가 인상분이 납품단가에 즉시 반영되는 원가연동제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합성수지가격은 지난 6개월간 28% 급등했지만 제품가격은 동결된 상태로 석유화학기업은 가격인상요인을 합성수지 가격에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있다이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플라스틱 제조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골판지 업계는 지난해 10월 한 골판지 원지업체 공장 화재로 인해 공급량의 7.3%가 사라지면서 골판지 파동 여파가 심화됐다. 골판지 원료인 원지가격은 지난해 9월 대비 약 40% 이상 상승한 것. 하지만 수요 대기업사의 거래거절, 가격경쟁 등으로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조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범용소재인 탄소강과 합금강의 공급가격이 작년말 대비 40% 급등해 제조원가 비중이 60%대에서 80%대로 수직 상승했다. 이날 단조 업계 대표는 넛 크래커 문제로 중소 제조업체의 고통이 심각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체결 중간재(볼트·너트) 부품인 파스너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파스너도 원자재 공급기업과 수요처가 모두 대기업과 1·2차 협력업체가 대부분이다. 원자잿값이 급등해도 납품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업체들 사정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납품단가 조정을 위한 중소기업 공동대응 행위를 담합에서 배제하고 원자잿값 급등시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법·제도 외에 정부의 행정지도 시책을 추가적으로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원자재 공급 대기업이 인상된 가격을 일방적으로 중소기업에 통보하고 수요처인 대기업은 원재료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해 주지 않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 단체교섭권 부여와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원가연동제를 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소기업들은 납품대금 현실화를 위한 방안으로 원가연동제(37.4%)’가 가장 필요하다고 꼽았다. 납품단가조정협의제도 활성화(31.4%), 대기업의 상생의지(22.8%)가 그 뒤를 이었다.

 

中企에 단체교섭권 부여도 추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지난 4월 열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경제단체장 간담회 자리에서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 신청요건 완화를 통한 제도 활성화 원가연동제 도입검토(표준계약서 반영 등)을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직접 건의한 바 있다.

김기문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로나 이후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납품단가 현실화 문제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정부 각계 건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대기업과의 불공정거래로 힘들어하고 있는 중소기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6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중기협동조합 교섭권 보장법’(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경만 의원은 국회에서도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원자재값 상승과 같은 합리적인 가격협상을 위한 공동행위 허용, 급격한 원자잿값 상승에 대한 가격연동이 작동되도록 법과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중소제조업체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조달해 중간재를 생산해 이를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이나 최근 원자잿값 인상과 납품단가 미반영 사이에 샌드위치 상황이라며 예고 없는 수시인상과 일방적 가격 통보 등 원자재 생산 대기업에 대한 협상력이 낮아 원자잿값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기업경영의 청사진을 그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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