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봄은 와도 ‘경기의 봄’은 아직 소식이 없다. 정부가 소비자 기대심리의 상승 등 긍정적 지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4월 11일자 비즈니스 위크지(Business Week)는 한국의 산업생산이 저조한 것을 보면 경기회복속도가 더딜 것임을 일깨워주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난 듯 하다고 했다.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한숨을 돌릴 수 있는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이미 4%대 중반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잠재성장률은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서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섣부른 경기회복 기대 금물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지만 경제야말로 마라톤이다. 멀리 빨리 오래 달릴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솔개의 장수비결’이라는 글(3월 21일자 매일경제)을 보면 솔개는 약 70년을 살 수 있는 장수 조류로 알려져 있는데 40년쯤 살면 발톱은 노화하고 부리는 구부러지고 깃털은 두껍게 자라 날기가 힘들게 된다. 그대로 죽지 않으려면 먼저 산 위로 높이 날아올라 바위를 쪼아 40년 쓴 부리를 빠지게 한다. 부리가 새로 돋아나면 그 부리로 발톱을 뽑아내고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그 발톱으로 날개의 깃털을 뽑아낸다. 새 깃털이 돋아나면 완전히 새로운 솔개가 돼 30년 더 활동한다는 것이다. 이런 날짐승도 벽에 부딪혔다고 여기는 순간 죽기를 각오하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한번 생각해보자. 10년, 20년 후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경제성장은 저조하고 실업자는 늘어난다. 취업 준비자와 구직 단념자, 불완전 취업자를 합친 사실상의 실업자는 2백 36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일자리 창출 원천은 중소기업이다.
정책당국은 중소기업 앞에 혁신형 또는 신기술, 벤처기업이라는 이름을 붙여 기존의 중소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름을 거창하게 붙이면 경쟁력이 생기는가. 이름이야 어떻든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를 걱정하면서도 열심히 일하려하지 않는다. 몸부림이라도 쳐야할텐데 그렇지 않다. 많이 놀고 많이 받겠다고 아우성이다.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노동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주 5일 근무제 추진과정에서 보듯 우리는 덜 일하고 많이 받겠다고 한다. 경제후퇴는 관심 밖이다. 경제에 공짜 점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뼈를 깎는 노력 절실
한국개발연구원은 정책금융을 지원 받은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지원 받지 않은 중소기업보다 낮다는 걸 밝힌 바 있다. IMF는 중소기업의 신용보증규모가 지나치게 높고 신용보증제를 통해 연명하는 자생능력 없는 기업들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금융의 축소와 신용보증제도 손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에 유리한 환경조성은 정책당국의 몫이다. 정책당국의 현명한 대응이 기대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중소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다.
우선 중소기업이 알아야할 것은 신용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빌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 스스로가 쌓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환경이 불리하다 해도 생산성 향상, 기술개발에 매달려야한다. 적당히 버틸 길은 없어졌다. 지금이야말로 중소기업에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그것은 스스로 일어서는 자조정신이다. 솔개처럼 변신을 거듭하지 않고 버틸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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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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