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트렌드] 되살아나는 조선업

국내 조선업계는 장기 불황이었다. 오랜 기간 침체기에 있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 대기업 중심으로 수주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조선업 자체에 호황기가 도래하는 슈퍼사이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은 2008년에 있었다. 그런데 그때랑은 상황이 무척 다르다. 현재 조선업계는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수익성 회복을 아직 장담하기도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 조선 3사의 신규 수주는 총 1714000만달러였다. 이는 3사 합산 연간 목표치 316억달러의 54.2%에 해당한다. 한 해를 시작해 5개월만에 사업목표의 절반을 초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규모로나 목표 달성률로나 가장 앞선다. 이 회사는 총 109(조선 107, 해양플랜트 2)을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95억달러로 연간 수주 목표 149억달러의 65%. 삼성중공업도 올 들어 42(51억달러)을 수주했다. 연간목표(91억달러)56%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을 수주하며, 올해 수주 25억달러를 넘겼다.

이렇게 전반적인 조선업계 수요가 되살아나자 선가도 오르는 중이다. 선가는 새로 만든 배의 출고가격이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신조선가는 9500만달러다. 우리돈 약 1061억원. 초대형 LPG선은 7350만달러, 초대형 LNG선은 18900달러다. VLCC만 따져 볼 때 조선업 호황이던 200816000만달러는 턱도 없지만, 지난 20178000만달러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올랐다.

이쯤되자 조선업계에서도 자체적인 긍정적인 메시지도 나온다. 지난달 진행된 한국조선해양 컨퍼런스콜에선 현재 조선업은 슈퍼 사이클에 접어든 2003년과 2008년 중 2003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슈퍼 사이클이 온 거라고 확언할 수 없지만 국내 조선소 대부분이 25개월치의 일감을 확보했다는 게 통설이다.

증권업계는 어떤 전망을 내놓고 있을까?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4일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경기 불황을 겪고 나면 조선 발주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수주 강세가 뚜렷하고 내년도 양호한 수주 환경을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과연 조선업계 슈퍼 사이클이 시작된 걸까? 반면엔 이른 판단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 나오는 경제관련 수치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가 많다. 기저효과란 경제지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그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른 반 착시효과다.

거기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값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도 리스크 중 하나다. 철광석의 가격은 조선업계 시장 예측에 중요한 요인이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 철강사가 생산하는 후판의 가격이 오른다. 조선사는 후판으로 선박을 만들기에 원가 부담이 매우 크다. 때문에 지금의 호황에 장밋빛 기대감보다 미래를 대비한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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