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와 합병, 넷플릭스·디즈니에 맞장

미국 최대 통신기업 AT&T의 콘텐츠 자회사 워너미디어와 케이블TV 사업자 디스커버리 채널이 합병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로 탄생했다.

AT&T는 지난 2018년 워너미디어의 전신인 타임워너를 인수하며 본업인 통신 외에 케이블TV 시장에 진출했다. 워너브러더스는 1923년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 형제들이 설립한 영화 스튜디오다. 워너브러더스는 1989년 타임사와 합병된 뒤에는 타임워너의 자회사로 이름을 유지했다. 이미 AT&T와 디스커버리는 양사의 미디어 콘텐츠 자산을 통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새로 출범하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지분율은 AT&T와 디스커버리가 71%, 29%씩 나눠 갖는다. AT&T의 워너미디어는 케이블 채널 CNNHBO, 시네맥스, TNT, TBS 등과 할리우드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를 보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프리미엄 영화 전문 채널 HBO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의 전체 가입자는 6390만명이다.

자연·과학 다큐멘터리와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디스커버리는 최근 디스커버리플러스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입자 수는 1500만명선으로 두 채널의 구독자를 합하면 약 8000만명이다.이번 합병은 AT&T가 케이블TV 시장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으로 사업을 전환해 미디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탄탄한 미디어 자산을 가진 AT&T와 다큐멘터리 왕국으로 불리는 디스커버리가 시너지를 내 넷플릭스, 디즈니에 대적할 회사를 만든다는 목표다. 현재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가 양대 스트리밍 업체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유료 가입자 2억명을 돌파했고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도 1억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OTT는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OTT 업체로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있다.

AT&T워너미디어의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뉴스 자산을 디스커버리의 논픽션, 국제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사업과 연계해 최고의 독립적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국의 미디어 시장은 말 그대로 빅뱅을 방불케 한다.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TV 케이블로 대표되는 전통 미디어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옮겨가고, 덩달아 기존 미디어의 생태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다. 과거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콘텐츠 제작사가 TV쇼나 영화 등을 만들고, 이를 유료 배급사가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일방적 콘텐츠 유통은 구식이 된 지 오래다. 시장은 OTT 서비스와 대형 콘텐츠 제작사가 결합한 이른바 빅 미디어(Big media)’OTT 시장의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M&A는 콘텐츠와 유통을 결합시킴으로써 미디어 시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합종연횡은 궁극적으로 살아남은 기업들로 하여금 콘텐츠와 유통에 대한 통제력을 갖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OTT 시장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다음 인수합병(M&A) 후보가 거론되는 등 스트리밍 전쟁의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 이후에도 또 다른 미디어 공룡의 탄생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미 소비자들은 OTT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미국은 케이블 TV의 이용료가 약 15만원 대로 매우 비싸다. 1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OTT 서비스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TV 이용자들이 OTT 서비스로 옮겨가는 현상을 두고 코드 커팅(Cord-cutting)’이라고 말한다. TV 코드를 자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장 과열로 인해 파이가 잘게 나뉘며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가 최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케이블 방송사가 잇달아 OTT 서비스 진출하면서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연 미디어 대국인 미국의 OTT 시장의 왕좌에 누가 오를지 궁금하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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