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의 Pen] 산딸나무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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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훈의 Pen] 산딸나무와 장미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305
  • 승인 2021.03.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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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훈 칼럼니스트
김광훈 칼럼니스트

일산 호수공원의 장미 축제가 한창일 때면 그 입구에 산딸나무 꽃도 만발한다. 하지만 그걸 눈치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떤 중년 여성 몇몇이 묻기에 산딸나무 꽃이라고 했더니 마치 고대 시대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을 본 것처럼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열매가 산딸기와 비슷해 산딸나무라 지어졌다. 이 꽃이 물 향기 수목원에서라면 귀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다른 화려한 꽃들과 경염 하지 않게 따로 자리를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이런 공존과 상생의 배려는 산업계에서도 필요한 것인데 그걸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기업의 중기 기술 탈취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뿌리 깊은 관행이다 보니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중기가 보유한 기술을 합법적으로 이전 받는 것은 일도 아니다. 중기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경력 사원을 채용하는 방법이 그 한 가지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막을 수도 없다. 과거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임금 격차는 각종 통계보다 훨씬 크다. 게다가 이런저런 복지 혜택도 많고 사회적 위신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어느 중견 업체의 국제 품질시스템을 용역하면서 알게 된 담당 직원이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말을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사실이었다. 반면 그 회사의 원청 대기업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실적이 좋아 기본급의 몇 배에 이르는 추가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가 젊고 유능한 인력을 붙잡아 두는 게 쉽지 않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업종이 겹치는 부분이 있거나 대기업이 직접 해도 수익성이 있는 분야에서는 합법을 위장한 기술 탈취에 더욱 취약하다. 기술 협력 회의라든가 정기 또는 불시 감사 등을 통해서도 노하우의 습득이 가능하다. 지인에게 최근 들은 이야기다.

한 대기업(A)의 기술이 해외 기관의 인증을 받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지인이 운영하는 협력업체에서 독자적으로 연구해 인증을 획득한 일이 있었다. A사가 관련 자료를 요청해 하는 수 없이 공유했다. 또한, A사에서 막대한 인증비용과 체제비까지 부담하는 조건인 데다 제품 승인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다른 일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늘 이렇게 불편하고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건 아니다. 대기업과 일하면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경쟁력 있는 협력업체를 잘 보유하고 활용하는 데 기업의 성패가 달려 있는 걸 잘 아는 일부 대기업들은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상생에 집중하고 있다. 하도급을 활용하는 대기업은 여러 업체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가 보유한 각각의 강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통해 각 분야 별 최상위 수준을 공유하고 이를 확산하도록 요청하고 있어 하도급 업체의 품질과 기술 수준에 대한 개선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어 퓨 굿멘이라는 영화에서 당신들은 내가 아는 걸 알지 않아도 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며 진실을 파헤치려는 초급장교(법무관)를 겁박하는 대령이 나온다. 그들은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무고죄로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집요하게 진실을 파헤쳐 결국 항복을 받아낸다. 현실도 이처럼 어렵다. 기술 탈취 사실의 입증도 쉽지 않은 데다 거래가 중단되는 등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래도 그대로 방치하면 기업의 상태계가 복원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분투하는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 김광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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