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시 징벌적 손배 적용
수탁기업 입증책임 부담 완화
중기업계, 신속한 시행 공감대
전경련선 “개념 모호”유감 표명

#“대기업 완성차와 협력관계로 원청업체인 대기업에게 기술탈취를 당했습니다. 2016년에 공정위에 신고해서 현재까지 민사소송중입니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해야하는 현행법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대응력이 낮은 우리같은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 중소제조기업 A사 대표

#“대기업 원청업체(B)에 우리의 고유기술을 뺐겼습니다. 소프트웨어는 특히 특허침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B사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B사는 침해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신고한 중소기업이 침해관련 자료제출과 입증책임을 지고 있어 혐의 증명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 중소IT업체 C사 대표

 

취재를 위해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현행법상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상생협력법)에 따르면 분쟁해결에서 입증책임은 위탁기업이 부담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책임을 입증할 부분은 수탁기업이 책임질 사유가 없는데도 물품등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납품대금을 깎는 행위 납품대금을 지급기일까지 지급하지 아니하는 행위 수탁기업이 납품하는 물품등과 같은 종류이거나 유사한 물품등에 대해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납품대금을 정하는 행위 품질의 유지 또는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경우나 그 밖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위탁기업이 지정하는 물품등을 강제로 구매하게 하는 행위 등 대부분 납품대금이나 강매에 관한 부분이지 기술탈취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기술탈취를 당한 중소기업들은 통상 분쟁조정기구를 통해 합의를 시도하고, 이 합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진다.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은 소송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원고인 중소기업이 입증책임을 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송에서는 피고(가해기업)는 단순부인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입증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8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이학영 국회 산자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18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이학영 국회 산자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정부는 상생협력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법안의 주요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 신설과 수탁기업의 입증책임 완화다. 이 법안에 따르면 수탁기업이 주장하는 기술자료의 부당한 사용 또는 제공행위를 위탁기업이 정당한 이유 없이 제시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수탁기업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돼있다. , 이 법안이 통과되면 피고(가해기업)은 더이상 단순부인으로 소송을 끌 수가 없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일방적으로 탈취한 경우, 대부분의 정보는 대기업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이 보유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을 뿐더러 정보 획득도 어렵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기술보호역량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기술 탈취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입증의 어려움(77.8%)’, ‘거래단절의 우려(72.3%)’ 등이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입증책임 전환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해기업도 구체적인 항변을 하도록 유도하는 규정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실 관계자는 가해기업이 단순부인으로 일관할 경우 피해기업이 침해사실 입증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침해를 부인하는 가해기업이 단순부인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항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조사 및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 등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박희경 변호사(재단법인 경청)공정위 등 정부기관을 통해 1차 신고가 된 만큼 피해기업의 침해입증에 필요한 증거자료는 정부기관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정부기관이 보유한 자료가 여러가지 이유로 피해기업인 중소기업에 제공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공정위 등 정부가 조사를 통해 입수한 자료는 피해기업인 중소기업에게 적극적으로 공유가 돼야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상생협력법은 지난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계의 반응도 엇갈렸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환익 기업정책실장 명의의 논평을 내고 입증책임 전환 등 기술유용 규제 강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법안은 신중히 논의돼야 했지만, 상임위는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을 처리했다면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통과된 상생협력법은 기술자료의 개념이 모호하고, 조사·처분시효도 없어 향후 위-수탁 기업 간의 소송전으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기존 거래기업 보호만을 위한 입증책임 전환은 기존 우리 법체계와 배치되고, 혁신 기술을 개발한 후발 중소벤처기업과의 거래를 막는다면서 협력기업 대상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찾을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상생협력법을 더욱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불공정 거래와 기술 탈취 방지를 위해선 상생협력법이 필요하다면서 반기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불공정거래행위인 기술탈취행위가 근절되고,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상생협력법이 조속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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