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의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축구장 13개의 크기, 상호에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뺀 백화점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백화점에서 자연과 미래를 어떻게 나타낼까? 호기심을 안고 더현대 서울을 찾았다.

가장 먼저 백화점의 얼굴이라 불리는 1층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1층에 입점한 명품브랜드에 따라 백화점의 이미지와 판매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에 흔히들 백화점 1층을 그곳의 얼굴이라 한다. 때문에 많은 백화점들이 휘장(徽章)처럼 유명 명품브랜드 매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더현대 서울의 실내녹색공원인 ‘사운즈 포레스트’의 전경. 20여 미터 높이의 유리 천장에서 건물 중심으로 쏟아지는 햇볕과 싱그러운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더현대 서울의 실내녹색공원인 ‘사운즈 포레스트’의 전경. 20여 미터 높이의 유리 천장에서 건물 중심으로 쏟아지는 햇볕과 싱그러운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도심 속 자연에서 경험하는 리테일 테라피

더현대 서울의 얼굴은 기존 백화점과는 사뭇 달랐다. 조명으로 꾸민 명품관 특유의 고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정오의 햇살이 실내를 따뜻하게 밝혔다.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내 12m 높이의 인공 폭포로 조성된 워터폴 가든주위로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휴식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곳이 현대백화점이 말하는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5층으로 올라가니 정원 수준이 아니라 공원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푸릇한 조경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1000평 규모를 자랑하는 사운즈 포레스트는 천연 잔디에 30여 그루의 나무, 다채로운 종류의 꽃들로 꾸며진 실내녹색공원이다.

영업 면적의 절반을 문화 및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영업 면적의 절반을 문화 및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높은 유리천장으로 새어 들어오는 자연 채광에 새소리까지 들리니 여기가 실내인지 야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공원 곳곳에 비치된 의자 중 하나를 골라 앉아 잠시 피곤함을 달랬다. 쇼핑을 통한 힐링이라는 의미의 리테일 테라피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숨을 고르고 나니 5층과 6층 두개 층에 걸쳐 위치한 그린돔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 국립박물관 그랑 팔레(Grand Palais)’의 상징인 돔 천장을 모티프로 했다는 그린돔에는 2019년 처음 한국에 상륙한 뒤 지금까지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미국 커피브랜드 블루보틀과 이탈리아 그로서란트(grocerant,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고, 그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신개념 식문화 공간) ‘이탈리가 크게 자리했다.

프랑스 천장 아래서 미국과 이탈리아를 맛볼 수 있다니, ‘오감으로 즐기는 세계여행이란 말이 절로 떠올랐다.

오감을 자극하는 핫 플레이스의 향연

지하 1층과 2층은 안락한 느낌의 지상층에 비해 다소 활기찬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인플루언서들의 성지가 된 음식점과 편집숍이 즐비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테이스티 서울4438평 규모의 국내 최대 식품관이다. 프리미엄 푸드 마켓인 테이스티 서울 마켓과 와인 복합 문화 공간 와인 웍스를 비롯해, 400평 규모의 푸드트럭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22 푸드트럭 피아자’, 그리고 더 샤퀴테리아’, ‘효뜨’, ‘카멜커피등 한남동, 남영동, 성수동 등지의 골목 상권에서 시작한 식음료점도 눈에 띄었다.

이어서 지하 2층의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는 H&M 그룹의 최상위 브랜드인 아르켓의 아시아 첫 매장과 더불어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 명품시계 리셀숍 용정콜렉션’, 서울 성수동의 문구 전문매장 포인트 오브 뷰등 국내 백화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매장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큐레이션 서점인 ‘LSR x STILL BOOKS’
큐레이션 서점인 ‘LSR x STILL BOOKS’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백화점

중앙 에스컬레이터 옆에 위치한 ‘LSR x STILL BOOKS’는 미디엄 템포의 어쿠스틱이 울려퍼졌다. 백화점에서 이런 음악을 들은 적이 있던가. 사람들은 주위에 마련된 의자에 각자 자리잡고 앉아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음악과 함께 여유를 즐겼다.

더현대 서울 매장 곳곳에서는 리테일테크(Retail-tech)’를 접목한 공간과 서비스를 볼 수 있었다. 6층의 언커먼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10평 규모에 패션잡화, 생활용품, 식음료, 굿즈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무인매장으로 현대식품관 투홈모바일앱의 QR코드 체크인 기능을 사용해 매장에 입장할 수 있다. 물건을 고르고 난 뒤 매장을 나가면 사전에 등록해놓은 결제수단으로 5분 내 자동 결제가 된다.

식당 역시 앱을 사용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앱을 통해 예약, 메뉴 주문, 딜리버리 및 테이크아웃 주문까지 모두 가능해, 웨이팅하는 시간과 대면 접촉 주문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백화점이 직원을 통한 서비스를 당연시 여기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본적 없는 광경에 토끼눈을 하고 돌아다니면서도 그곳에 머무는 내내 미래로 나아가는 문앞에 서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백화점이 이래도 돼?’라는 자문에 이제 쇼핑만 하러 백화점에 가는 시대는 끝났어!’라고 자답하기도 했다. 곧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미리 맛보고 온 기분이 들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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