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호(편의점주·작가)
봉달호(편의점주·작가)

편의점 일 끝나고 집에 들어와 치킨을 배달시킨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클래식한 궁극의 조합. 물론 편의점에도 치킨을 팔지만 전문점실력만큼이야 하겠는가. 장사치가 이런 말을 하다니 배가 불렀군 싶겠지만 솔직히 그런 걸 어쩌겠는가. 약은 약사에게, 치킨은 치킨집에게.

배달된 포장지를 열어보니 치킨과 콜라 사이로 플라스틱 컵 하나가 굴러 나온다. 안에는 얼음이 가득 차 있다. 이게 뭐지? 주문한 적 없는데……. 뚜껑에 보니 큼직한 스티커가 붙어있다. “뇌물그리고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작은 성의입니다.” 푸하하하하. 아내와 큰 웃음 터트린다. ‘뇌물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치킨집 사장님의 센스에 곧장 좋은 리뷰달지 않을 수 없다. “늘 시켜 먹는 집이지만 이렇게 맛있는 치킨 흔치 않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힘내고 번창하세요!” 배달앱에 올린 리뷰를 보고 치킨집 사장님은 어떤 표정 지을까. 이게 다 뇌물, 아니 작은 성의의 큰 힘이런가. 얼음 뇌물이 혹시 김영란법 위반은 아닐는지, 장난스레 법규를 뒤적여 봐야겠다.

쌈밥집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요즘 가장 큰 스트레스를 물으니 평점이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급감해 난국을 타개하러 배달 서비스까지 시작했는데 배달앱 평점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는 것이다. 대체로 많은 손님이 좋은 리뷰를 남겨 주지만 가끔 평점 테러를 하는 손님이 있다나. 이미 리뷰가 몇백 개 달려 있는 업소는 그 가운데 한두 개쯤 낮은 평점을 받아도 평균이 유지되지만, 신규 업소는 리뷰 하나에 평균 평점이 흔들릴 수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 대학시절 학점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란 말인가.

물론 평점이나 리뷰는 좋은 서비스를 유지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 그런데 가끔 약간 지나치다 싶은 반응이 나온다. 제육볶음의 달고 짠 맛은 개개인의 취향일 텐데 거기에 너무 달아요하면서 평점 2. 조리와 배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있을 수 있는데 음식이 식었어요하면서 평점 3. 배달된 음식이 메뉴판에 있는 사진이랑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며 평점 1. “그냥 평범한 맛이에요하면서 평점 3. 친구는 그럴 때마다 혀가 바짝 타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란다. “내가 그동안 다른 식당에 가서 맛이 어떻고, 서비스가 어떻게 했던 것이 후회되더라하면서 한숨을 내쉰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이제야 이해된다는 뜻이겠다.

그러고 보니 배달시킬 때 나도 평점과 리뷰를 살핀다. 아래로 쭉 훑다가 뭔가 안 좋은 리뷰가 하나 있으면 왠지 마음에 걸린다. ‘치킨집은 많고 많은데……하면서 평점 좋은 다른 집으로 시선을 옮긴다. 역시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독한 리뷰 하나가 그런 결과를 낳는다니 뭔가 생각이 복잡해진다. 게다가 한 번 실수를 이유로 이 집 망해야겠네하는 식의 리뷰를 남긴다면 점주는 과연 어떤 심정일까. 누군가에게는 감정의 표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밥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일. 업종은 다르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린다.

매장 손님은 클레임이 있어도 곧장 소통하며 사과할 수 있고, 다음 손님에게 더 잘해드리면 마인드도 회복할 수 있지만 배달앱 평점은 정말 영원한 낙인이야.” 친구는 말했다. 이쯤되면 문명의 이기가 낳은 이런저런 긍정과 부정에 대해서도 두루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힘내! 너도 평점 수백 개 쌓은 베테랑 점주가 되면 되는 거잖아.” 친구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히 너의 길을 가라고, 짐짓 백종원 사부님처럼 말한다.

솔직한 리뷰도 필요하지만 이 정도는 실수, 혹은 취향에 따른 편차라고 봐주는 아량도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리뷰를 쓰는 사람도 자신의 직업에 있어 실수를 했을 것이며, 누군가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힘껏 노력했을 것 아닌가. 서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너그러운 여유를 기대해본다. 그리해 조금 거창하지만 좋은 리뷰 달기 운동같은 것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도 드린다. 요즘 모두 어려운 시기 아닌가. 매운 채찍보다 따뜻한 응원 한마디가 그리운 하루다.

 

- 봉달호 : 편의점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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