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장기화로 재정건전성 악화
올해도 불안정한 경제회복세 전망
위험자산 상대적 매력 부각될 듯
묻지마 신흥국 투자는 자제 필요

돌이켜보면 지난 2020년은 과거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1/4분기에는 코로나19 발 경기 침체를, 2/4분기 이후에는 전례 없는 유동성장세를 통해 주요국 주식시장이 대부분의 낙폭을 만회했고, 4/4분기에는 미 대선 이벤트를 통해 또 한번의 큰 변동성을 경험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글로벌 경제도 드라마틱한 V자형 경기 반등을 이끌어내며 회복 국면의 초입으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2021년 글로벌 경제는 다소 더디고 불안정한 회복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펀더멘털의 더딘 회복세로 주요국의 완화적 정책 기조 속 제로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반면, 의미 있는 백신의 대량 공급이 기대되는 하반기로 갈수록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제어되면서 경기 회복세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역대급으로 취약해진 주요국들의 재정건전성, 코로나19로 변화된 환경 속에 우려되는 더딘 고용 회복 등을 감안할 때 성장 모멘텀은 강하지 않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업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미국의 고용시장은 코로나시대를 맞아 글로벌 성장 동력 약화를 보여주는 가장 유력한 증거 중 하나이다.

 

IMF “정부·기업 부채 2007년 대비 3배 급증

미국의 주식시장은 이미 역사적 고점을 넘어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지만,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약 1000만명의 일자리가 아직까지 회복되고 있지 않다.

특히, 일시적 해고 상태에 있던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장기 실업자를 거쳐 영구해고자로 전환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어 우려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언택트 및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산업구조가 빠르게 개편되기 시작한 점 역시 생산 자동화, 전자상거래 증가 등과 함께 일자리 회복세를 더디게 만들 수 있는 변화로 보여진다.

주요국들의 취약해진 재정건전성 역시 빠른 경기 회복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세계 경제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정부와 기업 부문에서의 심각한 부채 증가와 이에 따른 정책 여력의 한계 등을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들고 있다.

IMF가 전세계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 10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및 일반기업의 평균 부채는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당시에 비해 각각 약 3배 및 2배 가량 급증해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파산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요 정책자들의 진화하는 스탠스 변화에 주목해야

경기 회복의 버팀목인 주요 정책 당국자들의 스탠스가 진화하고 있다. 겨울철 코로나 2차 팬데믹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대규모 봉쇄에 나서지 않은 점이나 지난 2/4분기와 같은 전방위적인 정책 조치에도 나서지 않는 것 등을 그 증거로 볼 수 있다.

이는 헤겔의 변증법적 논리인 정반합(正反合)의 과정 속 의 단계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의 주장인 정()에 모순됨을 느끼고 다른 주장인 반()에 나서지만 이 또한 해답이 아니었다는 성찰 속에 종합적 주장인 합()에 이른다는 논리의 전개 방식이다. ‘()’은 초기 코로나19 사태를 가볍게 여기던 단계, ‘()’은 과도한 공포 속에 전례 없는 대규모 정책 공조에 나선 단계로 볼 수 있다. ‘()’은 역대급으로 급증한 정부부채 부담 속에 펀더멘탈과 자산시장의 역사적 괴리를 목도한 정책 당국자들이 투기적인 흐름도 막고, 경기 회복도 간과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들 수 있다.

, 올해에는 성장 동력이 다소 약화되더라도 자산가격의 불일치나 역대급으로 취약해진 재정건전성 등을 모두 감안한 중용(中庸)의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하반기 이후에는 백신의 대량 생산에 힘입어 코로나 확산세가 점차 제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균형재정에 대한 논의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각될 가능성도 일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자산배분전략, 때로는 차선이 최선의 선택

2021년에는 다소 더디고 불안정한 경기 회복세를 전망한다. , 최선의 선택은 없다는 뜻이다. 주요국 재정건전성(특히, 신흥시장)이 우려되나, 완화적 정책 기조 속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제어되며 위험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 연준이 제로금리의 장기화를 선언한 가운데 내년에도 QE 정책이 유지될 개연성이 높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가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 신흥시장은 국가재정 및 자금조달 여건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투자는 자제할 필요성이 상존한다.

이에 하나금융투자는 채권 및 현금 비중 축소, 주식 및 크레딧 내에서의 탄력적인 비중 확대 전략을 권고 드린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선진국주식과 상관관계가 높은 신흥국 주식(중국)>하이일드 크레딧>한국 주식>신흥국 채권>투자등급 크레딧 등을 선호한다.

 

- 나중혁(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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