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하루 하루는 늘 그 날이 그 날이지만, 이렇듯 어느 경계를 지어 ‘새해’라 하면, 사람들 모두의 머리 속과 마음이 새롭게 정돈되는 듯 하다.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에는 원하시는 바가 뜻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동남아에서 맞는 새해는 날씨 탓인지 별 느낌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새해를 맞으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서로 덕담을 나누기는 마찬가지다.
실로 동남아, 필리핀에서 미얀마까지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은 희망에 차있다.
지난해 10월 아세안 10개국 정상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른바 ‘발리협약 II’에 합의하고 오는 2020년까지 EU 방식의 `경제공동체’를 창설하겠다고 천명했다. 올해는 그 첫 발을 내딛는 해로 30년 아세안 역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동남아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발리협약 II는 아세안 국가간에 관세와 비관세 장벽, 그리고 여행규제를 철폐하고 각 국의 자유무역지대를 연계시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그 첫 해인 올해 먼저 관세율과 통관절차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한다. 내년에는 비관세 무역장벽을 철폐하고 회원국간에 무비자 여행을 보장할 예정이다.
아세안 10개국이 ‘경제공동체’를 이루면총인구 5억3천만명을 보유한 단일의 생산·소비 시장이 탄생하는 것으로 아시아의 경제판도는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로서는 일본, 중국, 아세안의 3강체제 속에 놓이게 된다. 대만도 우리와 비슷한 경우지만, 그들은 강력한 화교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견줄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발리협약’발효, 첫발 내딛어
2020년은 말레이시아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목표로 잡고 있는 시점이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함께 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은 경제 공동체 구성을 2015년 내외로 앞당기자는 입장이다.
각 나라의 종교와 문화의 차이, 그리고 정치체제의 차이가 ‘경제공동체’ 구성에 적잖은 장애로 작용할 것은 틀림없지만, 오랜 역사의 시간동안 약자로 살아온 동남아인들의 의지는 그 반발력만큼 더 강하게 솟아오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가 22년간의 이른바 ‘개발독재’통치를 뒤로 하고 은퇴한 다음, 이제는 태국의 탁신 총리가 강력한 역내 지도자로서 아세안의 전진에 견인차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베트남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3년간 유치한 외자규모가 제조업분야에서만 매년 200억달러 가량에 이르고 있고, 태국은 ‘기업을 경영하듯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CEO 출신 총리가 많은 아이디어로 외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현재 5천여개의 외국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총자본의 33%를 미국이, 25%를 EU국가들이, 그리고 14%를 일본이 투자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석유 이후’를 우려하고 있는 중동 자본들도 이슬람 국가이며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는 말레이시아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급성장한 아세안 주목해야
IBM과 WESTERN DIGITAL, NOKIA 등 많은 대기업들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 있던 동남아지역본부를 말레이시아나 태국으로 옮겼으며, 메르세데스 벤츠처럼 현지합작회사를 설립하는 유명 회사들도 계속 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미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의 2% 가량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말레이시아 현지 합작기업을 설립하면서 동남아 지역본부를 말레이시아로 옮겼으며 한진그룹도 한진해운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동남아 총본부를 올해 말레이시아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렇듯 우리 기업들도 아세안의 변화에 미리 미리 대응하며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콸라룸푸르에서 만나는 많은 우리 상사 주재원들이나 현지공장의 우리 운영자 계층들은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를 5년 이내에 추월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들리는 국내의 정치상황은 그런 예상을 ‘확신’으로 인식케 한다.
머리 속에 동아시아 지도를 그려보라. ‘세계가 하나’인 세상이지만, 이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아세안…. 그 영토의 색깔이 간단하게 그려지는 날. 그것은 그저 10여년 후 바로 우리 다음 세대 때의 일이다.
2004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합심하며 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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