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이 지나고,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정유년은 육십간지 중에서 서른네번째로 닭의 해이다.

닭은 어려웠던 시절 중요한 재산이기도 했고, 아침마다 계란을 공급해주던 소중한 영양공급원이기도 했다. 요즘은 시계나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에는 우리에게 아침을 알려주는 자명종의 역할도 했다. 키우는데 그다지 힘도 들지 않아서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서민들에게는 새벽의 닭 울음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는 신호였지만 옛 선비들이나 지도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이른 시간부터 잠에서 깨어 하루를 준비했다. 정진을 위해 공부를 하거나, 치밀하게 하루의 계획을 세우거나, 자기 성찰과 수양의 시간으로 삼는 등 새벽일과를 시작한 지 한참 후에야 그들은 닭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공자의 제자 증자가 선비의 길을 일러 ‘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고 말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책임감과 의무가 편안한 이불속에서 안주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명심보감》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一生之計在於幼, 一年之計在於春, 一日之計在於寅)”

이 명구절은 크게 두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모든 일에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고 미리 준비하는 것과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작정 길을 가는 것은 그 과정의 효율이나 결과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일은 물론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큰일도 마찬가지다.

또 한가지 의미는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이다. 계획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미래의 시점이 포함돼 있지만 어떤 계획이라도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수립돼야 한다. 아무런 사전 계획 없이 무작정 일을 시작하다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되고, 정작 일을 추진해나가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명심보감》에서는 “계획이 치밀하지 않으면 재앙이 먼저 발생한다(機不密 禍先發)”는 말로 이를 경계하고 있다. 덧붙여, 시작하는 단계에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에 앞서 마음가짐을 바로잡고 굳건히 한다는 이점이 있다. 그 일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당연히 책임 있게 그 일을 해나갈 수 있게 된다.

참으로 혼란스럽게 한해를 보냈지만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서민의 삶은 물론 기업 환경 역시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참으로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항해하는 배가 위험에 빠지면 선원들이 모두 선장을 바라보듯이 사람들은 위기에 처하면 리더를 바라보게 된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옛 성현들이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하루를 준비하고, 새해를 맞으며 한해의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철저한 준비와 빈틈없는 계획으로 모든 구성원들에게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한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다면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당당하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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