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너도나도 저가제품 출시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낮은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면서도 충분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으나, 사실 많은 기업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경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저성장기에 고가전략으로 성공한 상품’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이를 세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에서 고가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상품이 갖는 특성의 첫번째 키워드는 ‘대체 불가능성’이다.
기능이나 감성적인 면에서 다른 제품으로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만족감을 얻을 수만 있다면 높은 가격에도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본 화장품업체 시세이도의 브랜드인 ‘CPB’에서 내놓은 고급 스킨케어크림 ‘라 크렘므’는 25g에 5만2500엔, 우리 돈 약 57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 본연의 효과를 기본으로, 보석상자와 같은 화려한 용기를 사용함으로써 고급스런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등 차별화에 성공해 전년에 비해 매출이 10% 늘어나는 등 침체된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건강지향’이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급식품을 판매하는 슈퍼인 ‘세이조이시(成城石井)’의 히트상품 중 하나가 ‘액티브 마누카 꿀’인데 250g에 2690엔으로 꽤 비싼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미용과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안전지향적인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급 비닐우산을 판매하는 ‘화이트 로즈(white rose)’는 견고한 유리섬유로 우산살을 만들고, 비닐부분은 방수성이 뛰어나고 온도변화에 강한 3층 구조의 재질을 사용한 고급 비닐우산을 만들어 개당 1만2600엔, 약 1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디지털화에 역행하는 아날로그 감성에의 어필’이다.
문구업체 아피카사가 2012년에 출시한 프리미엄C.D 노트북은 B5 사이즈 96장의 노트 가격이 1260엔 정도로 상당히 고가임에도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최고급 실크 종이를 사용한 덕분에 감촉이 매끄럽고 필기감이 뛰어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는데, 이 노트의 성공요인에 대해서 관계자들은 “디지털 트렌드와는 반대로 ‘필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펜이나 노트의 품질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상품은 고가전략에도 꾸준한 매출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일본 전체적으로는 경기 활력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일부의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여력을 갖고 있고, 또 어떤 소비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특정 상품에 대해서는 본인의 구매여력에 비해 매우 비싼 제품을 구매할 용의가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불투명한 경영환경에 직면한 우리나라 기업도 “남이 갖지 못한 장점을 보유한 상품은 비싸도 팔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강한수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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