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개발하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그리고 판매하는 사람 중 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분명하다면 위 세 역할 중 어느 하나도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유통업이라도 그 안에는 구매와 전시 및 광고 그리고 판매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형태가 무엇이든 그 안에는 제품 또는 상품의 개발과 제조 그리고 판매의 역할이 담겨져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으로 분류되는 작은 조직의 기업들은 세 가지 역할을 어떻게 균형 있게 가져갈 것인가? 그 대답을 외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팔방미인은 효용가치 적어
4년 전 호주에서 생활 한 일이 있다. 다양한 문화의 경험을 쌓기도 했지만 잊혀지지 않을만한 사실을 멜본 출장에서 경험하게 됐다.
폐기물 처리용 기계를 개발한 한국의 A사가 호주 진출을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잠시 도와줬다. 멜본에는 비교적 산업 시설이 발달돼 있고, 따라서 생활 폐기물이나 산업 폐기물이 타 도시보다 당연히 골칫거리임이 분명했다. 부지런히 뛰어다닌 만큼 한국에서 온 A사는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사전 약속을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그 반대였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A사의 사장은 개발자이며 생산자이고 동시에 판매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좋은 기술을 바탕으로 저가로 공급할 기회를 포착하면 오세아니아 시장 진출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좋은 기술의 저가 제품이라도 분야별로 전문화돼 있는 호주 시장구조는 높은 성벽이 아닐 수 없었다.
개발자가 생산과 판매에 고르게 정열을 쏟기 위해 필요한 자금과 시간을 개발에만 투자하고 생산과 판매 회사는 또 그렇게 고유의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단가는 조금 더 비싸게 됐지만,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수익을 높이는 결과는 삼박자가 맞았을 때만 찾을 수 있는 결과임을 알았다.

전문기업과 연대 필요
구매자 또한 그런 유통 구조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개발자가 직접 판로를 개척한다는 것은 사실 현지사정에 비춰볼 때 어려운 일이었다. 만일 A사가 호주의 영업 전문 회사와 제휴를 했더라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개발과 생산 그리고 영업의 전문화란 무엇인가? 반드시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논할 필요는 없다. 세 가지를 두루 알고 있다기보다는 그 중 한 가지 분야에 대한 많은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전문화’ ‘세계화’를 외치면서 모두가 ‘전문가’의 길을 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정작 타인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일은 아직도 인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타인을 인정하기 쉽지 않고조금 더 수익을 올리기 위해 개발자가 직접 생산과 영업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수익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이제 깨달을 때가 됐다.
개발과 생산 그리고 영업이 조화를 이뤄 상호 아웃소싱을 할 수 있다면 각자의 분야에서 완벽한 전문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시간과 자금을 절약할 수 있고, 탄탄한 마케팅 채널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처럼 조직이 크지 않은 기업에서는 직원간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지만 타 전문기업과의 연대를 통해 조직의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전제 조건이 있다. 개발자와 생산자 그리고 영업 회사가 상호 깊은 신뢰를 할 수 없다면 이상적인 조화를 만드는 일은 허구로 끝날 것이다. 주변에는 믿을 만한 기업들이 많이 있다.
다만 제 몫을 다 하기 위한 역할 분담에는 협상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 지나칠 수 없는 현실이다.

허 운(두모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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