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분위기 패션산업 공정 혁신 이끌어”

2011년 명품 브랜드 펜디의 서울 패션쇼가 모피 의상을 선보인다는 이유로 환경 운동가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행사 취소 압박을 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사실, 모피 이외에도 패션산업은 환경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청바지는 염색에 많은 물을 쓰고 수질오염을 시킨다는 이유로, 패스트패션은 옷의 교체주기를 최대한 단축시키는 컨셉 때문에 의류 폐기물을 많이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 일쑤이다. 그런데 최근 친환경 시대를 맞아 패션 산업계에도 에코 바람이 불고 있다.
에코패션에 앞장선 대표적인 디자이너로는 스텔라 맥카트니가 있다. 폴 매카트니의 딸인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명품 브랜드를 이끌 뿐 아니라 아디다스에 그녀만의 콜라보레이션 라인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그녀는 다른 명품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모피나 천연 가죽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소재에 친환경 공정으로 만든 의류 라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옷감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원단을 재단하지 않고 접어서 옷을 만드는 기법을 활용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세련된 디자인의 비결이라고 한다.
한편,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그동안의 반(反) 환경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는 판매 신발류 전체에 대해 에너지 절약, 유해물질 사용 저감, 폐기물을 덜 발생시키는 공정 등을 제품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고려하는 ‘지구 환경을 배려하는 디자인 (Considered design)’ 방식을 개발해서 활용 중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의류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나 공정 등 점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친환경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 브랜드들이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나 대두, 대나무 등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소재로 만든 의류를 출시하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심지어 최고급 구두 브랜드로 유명한 마놀로 블라닉은 얼마전 코르크로 만든 구두를 선보이기도 했다. 의아해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사실 코르크는 방수성과 내구성, 게다가 내오염성 등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향후 가죽을 대체하는 구두 소재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세계 곳곳의 연구자들이 해조류, 파인애플, 바나나 잎 등 다양한 원료에서 추출한 의류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니, 미래 친환경 소재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원단의 염색 공정에도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 중이다. 섬유의 염색 과정은 전체 공정 중 물 사용량의 85%가 소비될 정도로 물 사용이 많다. 물론, 염료를 물에 풀어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옷감을 기계로 밀어 넣을 때 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Fongs라는 회사는 이 과정에서 물 대신 공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기계를 개발했다. 이 기계를 사용하면 1개의 티셔츠를 염색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200ℓ에서50ℓ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Colorep社가 개발한 Air Dye라는 의류 제작 시스템은 물 대신 열기를 통해 종이에서 바로 옷감으로 염색을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염료를 물에 풀어서 염색할 때보다 물과 에너지 사용량, 유해 물질 발생량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패션계에 쌓인 그 동안의 노하우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친환경 공정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패션계에 부는 에코 바람은 단순한 마케팅 차원이 아닌 소재와 공정 등 가치사슬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 산업계 차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주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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