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카이아(Sassiccaia)와인의 소유주인 인시사 델라 로체타 가문은 이탈리아 중세와 르네상스를 내려오면서 이탈리아 북부에서 가장 넓은 봉토를 가진 가문 중 하나다.
1983년 타계한 사시카이아의 창시자 마리오는 1920년 이탈리아 피사에서 공부하면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었다.
당시 대부분의 부유한 이탈리아 귀족들이 그랬듯이 그의 취향이 최고의 보르도 와인에 심취해 있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들과는 한 참 거리가 먼 그저 평범한 와인 생산 국가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리오는 자신이 소유한 방대한 토지 중 오늘날 이탈리아 서부 지중해의 티레니아 해안 가까운 곳에 위치한 테누탄 산 귀도가 와인 재배의 최적지라 판단해 그곳에 정착했다. 그리고 평소 즐겨 마시던 여러 프랑스 품종들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카베르네 품종들이 잘 자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유명 와인 산지 중에 큰 자갈토가 많아 지명 자체가 ‘자갈’이란 뜻의 그 라브 지역이 있다. 마리오는 1948년부터 역시 자갈밭인 산 귀도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보르도 타입의 이 와인을 토스카나 방언으로 자갈밭이란 의미인 ‘사시카이아’로 명명하고 큰 꿈과 바람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사시카이아’는 1948년부터 생산됐지만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 토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도 품종인 네비올로나 산조베제만이 최고라는 믿음이 팽배해 다시 이탈리아인들의 고정 관념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탈리라 내에서도 그 누구도 이 와인을 인정하지 않았고 판매 또한 이루어지지 않아 이 위대한 와인은 자체 소비로만 힘겹게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다 1968년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판매를 시작하면서 단숨에 보르도 최고의 특급 와인들과 같은 평가를 받아 전 세계 와인 시장을 경악케 한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의 평가는 상상을 초월했고 이러한 그의 새로운 시도와 성공은 많은 이탈리아의 도전적인 양조가들에 용기를 주고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창의성을 일깨웠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와인 산업에서 가장 비약적인 질적 향상과 다양성을 보여준 ‘이탈리아 와인의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사조를 주도했다.
이 정신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슈퍼 토스카나 와인의 위대한 선구자가 바로 ‘사시카이아’였던 것이다. 85%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15%의 카베르네 프랑의 비율로 배합되는 ‘사시카이아’ 와인은 연간 1만 2천5백 상자가 생산된다. 몇년전 빈티지의 ‘사시카이아’는 수확 전 포도가 아직 나무에 달려 있을 때 받은 폴리페놀의 작용으로 선명한 컬러에 부드러운 미감이 특징이다. 단순히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모방한 와인이 아닌 이탈리아 고유의 토양과 국소기후의 특색을 잘 보여준 ‘사시카이아’는 그야말로 빛나는 작품이다.
이탈리아 ‘슈퍼 토스칸’중에서 가장 비싼 ‘사시카이아’는 맛있는 와인의 모든 조건을 전부 갖추고 있으며, 진한 레드 색상이 특징이며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의 적절한 블랜딩 때문에 타닌 성분이 입 안에서 오랫동안 지속돼 풍부한 과일 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견고하고 복합적인 와인으로 보르도 와인에 비해 더욱 풍부한 과일 향과 잘 숙성된 타닌이 주는 긴 여운이 매력적이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각종 육류요리, 스테이크로써 봄, 가을에는 상온에 둔 채로 마셔도 좋다.

■ 박희수┃작가 red0385@hanmail.net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