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동마케팅으로 활성화 성공

자금과 정보, 마케팅 능력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이 혼자 힘으로 활로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수시장에서도 그렇지만 해외시장 개척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합이 중심이 돼 대대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조합이 있다.
해외시장 공동마케팅으로 업계 활로 모색과 조합 활성화에 성공한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문창호)이 바로 그 곳.
그동안 국내 의료기기업계는 계속되는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70년대부터 본격화한 수출이 80년에 이르러서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중국산 제품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회원사들의 어려움도 시작됐다. 당시 주요 수출품목은 주사기, 콘돔, 수액세트, 수술용품 및 치과기자재 등 단순한 의료기구나 용품 위주로 첨단제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국적 업체들은 첨단의료기기를 앞세워 국내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저가제품들은 중국산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활로를 고민하던 업체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해외시장으로 옮겨갔으나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이 직접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때 찾아낸 해결책이 바로 조합을 중심으로 한 ‘공동마케팅’이었다.
물론 전시회 참가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전략이었다. 전시회 참가는 의료기 산업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8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됐고 당시 조합도 의료기기공업회와 공동으로 일본 전시회 참관단을 공동으로 조직한 예도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는 달랐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회원사들이 늘자 조합도 비장한 각오로 전담반을 구성, 코트라와 중소기업청 등을 찾아다니며 정보를 모았다.

철저한 조사 신뢰구축 병행

조합의 이런 움직임은 회원사들에게 큰 힘이 됐다. 그동안 해외전시회에 뜻은 있었지만 참가하지 못한 회원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해외마케팅 능력이나 어학실력을 갖춘 직원을 두고 있는 업체도 드물었고 참가비용도 만만치 않다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1년 내내 수없이 많이 열리는 전시회 가운데 제대로 된 전시회를 가려내는 것도 조합의 역할이었다. 몇 달에 걸친 조사 끝에 찾아낸 첫 시장이 2001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열린 ‘두바이국제의료기기전’이었다. 15개 업체로 한국관을 구성한 덕에 바이어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고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한국제품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2002년에는 9.11테러로 중동정세가 불안한 가운데도 참가를 강행했고 어려울 때도 잊지 않고 찾아줬다는 인식을 심어준 덕에 2003년부터는 메인홀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업체수도 많아져 첫 해 15개이던 것에 비해 올해는 다섯 배가 넘는 80개 업체가 참가했다. 수출계약도 해마다 늘어 지난 1월 열린 2009년 전시회에서는 2,42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업계 구심점 역할 ‘톡톡’

조합은 지난해 호주, 베트남, 싱가포르 전시회 등 8개 전시회에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독일 뒤셀도르프의료기기전시회에도 123개 업체가 참가, 2,800만달러 상당의 계약실적을 올려 공동마케팅의 효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조합의 박희병 전무는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할 경우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없어 바이어들 눈에 띄지도 않는다”며 “철저한 사전조사와 함께 상호 신뢰를 구축해 공동마케팅을 벌인 결과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해외전시회 사업이 조합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회원들을 한데 뭉칠 수 있는 구심적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본다”면서 “올해는 처음으로 미국에 시장개척단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전무는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지자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전시회에 참여해 같은 전시회에 한국관이 두개 이상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바이어들에게 혼란을 줄 뿐 아니라 한국 의료기기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마저 있으므로 조합과 공동관을 구성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 지난 1월 두바이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는 2만여명의 바이어가 한국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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