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속살을 다 보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여행객들은 어떤 생각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날까? 육지와는 많이 다른 이국적인 풍광의 신비감과 기대감을 안고 떠나는 제주도 여행. 과연 제주도를 얼마만큼이나 보고 오는지 이번 여행길에 계속 되새김처럼 되묻고 있다. 아직도 너무나 미흡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과 유명하지만 항상 좋은 곳들을 골라본다.

*용왕 난드르 마을 어촌 체험, 질지슴 주상절리, 그리고 군산 낙조

제주도에서 덜 알려졌지만 꼭 한번은 가봄직한 여행 테마가 용왕 난드르 마을(남제주군 안덕면 대평리 예례동)에서의 고기잡이 체험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군산(軍山)에서 낙조를 감상하는 일이다.
일단 난드르 마을은 농촌전통 테마마을(011-690-8016)인데, 찾는 이 많지 않아 좋고 월나봉의 아름다운 박수 절벽(제주방언은 기정)도 멋지다. 이 마을에서는 직접 만든 ‘테우’에서 낚시체험(2시간 기준 1인 1만원)을 할 수 있는데, 물반 고기반이어서, 잡아서 즉석 회를 쳐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멀지 않은 곳에 논짓물이 있고 그 옆 질지슴(동난드르)에는 지삿개와 같은 육각형 주상절리가 있다. 무엇보다 체험 후에는 군산 정상에 올라 일몰을 보는 일이다. 한라산, 바다, 제주서부지역 등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제주도 전경과 산방산 너머 바다로 빠져 들어가는 낙조는 가히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찾아 가는 길: 서귀포-화순간 12번국도 중간에 안덕계곡 팻말 따라 들어가 길이 끝나면 난드르 마을을 만난다. 군산은 다시 길을 거슬러 나와 우측으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되는데, 팻말이 따로 없으므로 유의 할 것. 정상 밑 부분까지 포장돼 있다.

*쇠소깍의 비경과 테우 타보기

쉽게 기억되지도 않고 발음도 힘든 쇠소깍(서귀포시 효돈동 하효마을). 서귀포시 쇠돈에 있는 효돈천의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곳으로 검은 모래 해변이다. 유명관광지에서 밀접해 있지만 제주도 주민들조차 잘 모르는 낯선 곳이다. 이곳 옛 지명이 ‘쇠둔’인데, 효돈천의 하구에 소(沼)가 있다고 해 이를 ‘쇠소‘라고 불렸다고 한다.
여기에 ‘맨 마지막’을 나타내는 제주말 ‘깍’이 합쳐져 ‘쇠소깍’이라는 지명이 붙은 것이다. 쇠소깍은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비경을 보여준다. 너무 깊어서 청색 빛을 띄는 물색은 청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거기에 물속은 너무 맑아서 고기떼가 유영하는 모습을 환히 볼 수 있으며 양안에 펼쳐지는 바위벽에는 울창한 숲이 천변을 가려주고 있다.
이곳에는 2004년부터 제주도의 전통 배인 ‘테우’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람(배삯 5,000원)시킨다. 갈옷 한복을 입은 사공은 줄을 당겨서 왕복 500m 거리를 갔다 오는 게 전부. 사공에게 말을 물을라치면 갖고 있는 말 자본이 바닥이라도 나는 듯 제주도 방언을 섞어 ‘나중에 말해준다’고 얼버무리기 일쑤다.
돈을 받기엔 너무나 짧은 거리여서 말로라도 때우려는 심사인 듯한데, 그 모습도 아름다운 자연풍광에 취해 더 이상 말문을 닫게 된다. 암벽지대는 갖가지 상록수와 소나무, 접암나무 등 다양한 식생들이 살아가고 기이한 바위에는 사공이 이름을 붙였다. 세 군데의 정거장(?)을 만들어 중간 중간 관광객들을 태우고 물길이 끝나고 화산암보다 더 이전에 생겼다는 조면암의 기암이 있는 곳에서 잠시 쉬는데, 40분이나 소요된다.
짧은 효돈천 뱃놀이가 아쉽다면 효돈 계곡으로 내려가 봐야 한다. 물길 끝나는 도로변에는 숲속 물가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나 있다. 여름철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내 놓은 발자국일 것이다. 계곡 모습은 마치 영월의 요선암과 같은 형상을 띠고 있는 병풍바위. 그 모습이 너무 특색 있고 아름다워서 들어가는 길은 있어도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할 지경이다.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생물자원이 공존하는 이곳은 2003년 1월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고 해마다 검은 모래 해변 축제를 펼치기도 한다.
■찾아 가는 길:서귀포시 정방폭포에서 12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내려와 보목포구 팻말을 지나면 쇠소깍 팻말을 만나면 우회전 하면 된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그동안은 그저 있는 그대로 찍는 것이 사진인줄 알았다. 주변의 후배는 사진 잘 찍는다고 유세를 해대면서 뽐을 하도 재서 정말로 사진 잘 찍는 줄 알았고 세계에서 제일 사진을 잘 찍는다는 선배의 사진이 최고인줄 알았다. 하지만 김영갑 갤러리(성산읍 삼달리 옛 삼달분교장)에서 만난 사진은, 사진 속에 펼쳐지는 제주도 오름, 350개가 넘는 다는 오름의 풍광은, 말 그대로 사진이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영혼 같았다.
그가 누군지는 이 박물관에서 처음 알았고, 그가 찍은 제주도 사진도 처음 보았다. 그만큼 사진에 문외한이었던 것이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전율이 일었고, 그의 글을 보면서 명치끝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루게릭병으로 2005년 그는 이 세상을 등졌지만 갤러리 두모악(한라산의 옛 이름)에는 그대로 숨결이 살아 있다. 병이 들어 평소 앉아 있었다는 사무실은 문이 굳게 닫힌 채지만 그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는 카메라 등의 소지품이 그대로 놓여 있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2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다는 후배의 말이 아니더라도 또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가 내가 아는 다른 사진가처럼 ‘잘 난체와 편협’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것은 하나도 중요치 않다.
사진속의 갈대가 제주 바람에 흔들거리고 구름과 햇살이 살아 움직인다. 그가 평소 다녔음직한 건물 뒤켠의 장독대, 구릉진 산책길, 길목까지 퍼져 나온 이름 모를 꽃 속에도 그의 숨결이 남아 있다. 돌아오자마자 그가 쓴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을 샀고 그에 대한 궁금증을 속인의 시각으로 다시 보려고 한다.
■찾아 가는 길: 표선에서 섭지코지 방면으로 난 12번국도 따라 가면 왼편에 갤러리 팻말이 있다. 주차장의 사다리 같은 철제물은 필름을 뜻하는 것이란다.

사라봉 일몰과 야경

제주시내 제주항 뒤켠의 자그마한 사라봉(해발148m, 제주시 건입동)오름. 서울에 비유하자면 남산과 같은 곳으로 제주 시민들의 애용 산책로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제주 ‘영주십경’으로 꼽힌 ‘사봉낙조(紗峰落照)’지다. 황혼녘, 서녘으로 지는 해거름이 멋지다. 매년 1월 1일 성산 일출봉에서 성산 일출제가 열리는 것처럼 매년 12월 31일이면 사라봉 일대에서도 사봉낙조제가 열린다. 하늘의 붉은 빛이 사라지면 이내 산지등대가 불빛을 밝히고, 검은 빛으로 변한 바다 수평선 끝에 고깃배의 불빛이 일렬로 펼쳐진다. 탑동 가로등, 완도, 부산 등지에서 오는 여객선, 고깃배들의 불빛이 칠흑처럼 어두운 항구 주변을 원형 그리듯 제주항 주변을 밝힌다. 여객선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 멈춰진 배들, 지나가는 차들의 행렬. 밤이 이슥토록 산책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자국은 끊이지 않는다. 다들 목적이 있어 그 자리에 찾을 터인데, 바다에서 불어대는 바람 한 자락에 여행객의 향수병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뭍에 대한 그리움 일 게다.
■찾아가는 길: 제주시청-6호 광장-우당도서관-을 지나면 우측에 오솔길 같은 찻길이 있다. 동문로터리에서 동쪽으로 2km 거리인데 시내길이라 초행자는 다소 복잡하다. 렌터카 안내지도에 ‘산지등대’를 입력하는 것이 좋다.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코스 2곳

제주도 해안도로는 크게 9개 코스가 있다. 동쪽의 동복리, 하도리, 성산포, 신양리, 표선-세화리, 그리고 서쪽의 용두암, 애월-하귀리, 수월봉, 송악산 등의 코스가 그것이다. 이들 해안도로는 바다와 거의 맞닿아 있고, 오가는 차들도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드라이브여행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이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갯마을, 포구, 오름, 낚시터, 갯바위, 민속유물, 역사유적, 용출수 등 제주도만의 독특한 자연과 역사, 그리고 풍속까지도 알 수 있게 해주는 풍경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섭지코지 뒤쪽 해안 길과 세화리-종달리 해안길
드라마 올인 촬영이후 더 유명해진 섭지코지 해변. 조금 한적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섭지코지 해녀의 집 방면으로 난 해안 길을 따라가면 된다. 바다 건너 성산이 가깝게 다가오고 우측 오름길에는 한갓지게 제주 말이 풀을 뜯는다. 비록 코지의 뒤쪽 바위암벽을 볼 수 있지만 누구나 같은 모습으로 보는 풍치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성산을 비껴 찾아갈 곳은 세화리-종달리-하도리를 잇는 해안길이다. 조선시대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환해장성(제주기념물 제49호, 별방성지, 제주도의 해안선을 따라 쌓아 놓은 성벽), 조개체험장(종달리), 우리나라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난도), 전통 원시어구의 하나인 원(바닷가에 돌을 쌓아 만든 함정 어구), 어촌의 민속신앙을 보여주는 바다 신당(종달리), 철새도래지(하도리 저수지), 풍차단지 등이 이어지고 바다너머로는 우도가 모습을 보여준다.

*수월봉 엉알 산책로 그리고 용수리-용당리를 잇는 해안길.

서편 해안드라이브 길은 수월봉(해발 77m, 한경면 고산리) 코스를 빼놓을 수 없다. 수월정은 조악하지만 그곳에 서면 한없이 넓게 바다가 펼쳐져 시원하고 자구내 포구까지 아슬아슬 이어지는 ‘엉알 산책’로 길이 어우러져 멋진 풍치를 자아낸다. 자구내 포구는 한치와 오징어가 특산물인데, 짜지 않고 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빼어나다. 이곳을 비껴 용수리(절부암)-용당리 해안 길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용수리 포구에 있는 절부암은 실제 볼거리는 없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차귀도는 또 다른 모습을 자아낸다. 특히 찾는 이 적어 한적한 용당리로 이어지는 해안 길에서는 풍차단지를 만난다.

*아프리카, 초콜릿 두 곳의 박물관

제주도에는 크고 작은 박물관이 부지기수다. 그중에서 꼭 가봐야 할 주상절리 근처의 아프리카 박물관(064-738-6565)은 제법 괜찮다. 볼거리는 물론이고 체험거리도 있으며 상설 공연도 펼쳐진다. 또 하나는 초콜릿 박물관(064-711-3171)이다. 농공단지 안에 있지만 건물이 초콜릿을 닮아 있어 관심을 끌 정도로 괜찮다. 초콜릿 가격이 꽤 비싼 편이지만 맛이 좋고, 대신 입장료(4천원)값을 할인해준다.

*기타 명소

사계해안드라이브 코스인 용머리 해안과 송악산 해안절벽, 그리고 산방산은 항상 기대치를 져버리지 않는다. 애월-하귀리 해안길도 좋다. 그 외 농업생태원(064-739-7086)에 가면 귤염색, 귤잼, 귤 양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체험비가 저렴하고, 스카프도 제법 멋지고, 잼도 맛이 좋다.
■추천 별미집:남국회초밥(064-763-3773, 서귀포 주변 퓨전 횟집), 남궁서민횟집(064-738-4808, 서귀포 주변 횟집), 제주왕왕횟집(064-743-0388, 도두항 주변 횟집), 오멍가멍 쌈밥집(764-4034, 정방폭포 인근 쌈밥집), 식도락(764-6004, 남원읍 주변 옥돔무국), 산방식당(064-794-2165, 대정읍내의 밀냉면), 오조 해녀의 집(064-784-7789, 성산 근처 전복죽), 섭지코지 해녀의 집(064-782-0672, 섭지코지 들어가는 길목의 겡이죽), 물항식당(064-753-2731, 신제주의 갈치회), 산지물식당(064-752-5599, 탑동 근처의 물회), 남따리 별장(064-799-2110, 애월해안길목의 옥돔 구이), 탐라촌흑돼지(064-787-2383, 표선해수욕장의 흑돼지) 등등 많다.
■숙박 정보:티파니에서 아침을(064-764-9669, 9779, www.jejutiffany.com), 재즈마을(064-738-9300, www.jazzvillage.co.kr), 목화휴양펜션(064-764-7942)등이 있다. 특히 티파니는 고급 내장재를 사용한 덕분에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고 무엇보다 양,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여주인이 해물죽을 조식으로 무료로 내놓는다. 보리빵과 구운 계란도 곁들여지고 금방 내려주는 원두커피 맛도 좋다. 재즈마을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그 외 여러 관광정보와 펜션 정보는 제주 관광청(www.jeju.com) 등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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