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경영자로 꼽히던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GE)의 잭 웰치 회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것도 가장 위대한 경영자에서 가장 부도덕한 경영자로 추락하고 있다.
그는 지난 60년 GE에 입사한 뒤 승진을 거듭해 81년 제 8대 회장에 올랐고 2001년 9월에 현직에서 은퇴했다. 그가 회장으로 재직한 21년 동안 GE는 혁신적인 변신을 거듭한 끝에 회사의 시가 총액이 무려 4000억 달러나 되는 성과를 올렸고 그는 미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주요 경영대학원에서는 잭 웰치의 리더십을 연구하는 과정이 생겼고 관련 논문들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잭 웰치 따라잡기’열풍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한 경제 전문지 편집장과 염문이 생기면서 이혼을 하게 됐고 이혼 소송과정에서 충격적인 추문이 드러나게 됐다.
변호사 출신인 전처 제인이 폭로한 것을 보면 웰치 회장은 은퇴당시 2190만 달러(약 263억원) 상당의 회사주식을 가지고 있었고 앞으로 매년 900만 달러(약108억원)의 연금을 받게 돼 있었다.
게다가 회사로부터 아파트, 승용차, 회사 소유 비행기 이용권을 포함해서 연간 250만 달러(약 30억원)규모의 현물 서비스를 받게 돼 있었다.
이 안에는 그의 식사비와 세탁비까지 포함돼 있어서 도덕적 붕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엄청난 혜택은 그가 회장으로 있을 때인 96년에 회사측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자신의 은퇴 후 혜택을 자기가 결정해 버린 것이다.(주로 제왕적 정치 지도자가 해 온 방식과 같다.)
현대 경영학에서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고 정의하고 있다. 경영진은 주주의 대리인이다. 이 대리인들은 경영을 잘 해서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 물론 경영성과가 좋으면 대리인들에게도 높은 보상이 돌아간다. 그러나 웰치 회장은 자신을 황제로 생각하고 주주를 신하쯤으로 여긴 행동을 한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 위원회(SEC)는 잭 웰치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나섰고 미국 최고의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은 최근 잭 웰치를 엔론사, 월드컴사의 부도덕한 경영진과 함께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추락한 경영인’의 사례에 포함시켜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한 마디로 기업을 파산시킨 경영자들과 동급에 놓은 것이다.
“회사의 가치를 올려놓은 경영자는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 말은 얼마 전까지 웰치 회장이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론이 악화되자 말을 바궜다.
“회사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고 나에 대한 특권을 취소하는 재계약을 하겠다.”
웰치의 사례를 보면 전권을 휘두르던 황제가 민중봉기로 쫓겨나는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그의 말 한마디로 수천 명이 소속된 기업이 매각되기도 하고 인수되기도 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주가가 춤을 췄고 그의 말 한마디는 특급기사가 되고 경영학의 금언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추락했다. 그를 추락시킨 것은 그 자신이다. 초심을 잃고 자만심에 빠져서 과욕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그를 추락시키기 위해 불화살을 쏜 건 다름 아닌 전처 제인이었다.
이혼한 전처가 쏜 불화살은 인화물질로 가득찬 그를 폭발시키고 말았다. 한때 미국 최고의 파워 맨을 추락시켰으니 제인의 파워가 더 세다는 말까지 나온다.
웰치가 센 지 제인이 센 지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이다.
금년 66세인 웰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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