➊ 의사소통 문제로 떨어지는 생산성, 치솟는 산업재해

올해 역대 최대인력 도입했지만 숙련 일손은 역부족
내국인 수준 생산성 내려면 3년 소요… 차등임금 필요

한국어 미숙한 탓에 외국인 산업재해도 매년 증가세
세종학당 연계해 송출국서 현장 용어 교육 강화해야

[역대 최대 인력 도입 속 개선 시급한 외국인력 제도] 저출산·고령화는 지금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지난해 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5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 인구가 3000만명도 안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소기업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아무리 채용 공고를 내도 내국인을 구하기가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외국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에 <중소기업뉴스>가 2024년 외국인력 도입제도의 개선점 가운데 실제 현장의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4회에 걸쳐 살펴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일 발표한 ‘외국 인력 고용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입국 전후 한국어 교육 강화를 통한 외국인근로자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도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일 발표한 ‘외국 인력 고용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입국 전후 한국어 교육 강화를 통한 외국인근로자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도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뉴스=이권진 기자] 경기도의 한 뿌리산업 중소기업인 금형업체 A대표는 올해 대폭 늘어난 정부의 외국인력(E-9) 도입쿼터(16만5000명)로 외국인 근로자 모시기에 일단 한시름을 놓았다. 이 업체의 생산직 10여명 가운데 8명이 베트남·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1~3년차 외국인력들이다.

하지만 A대표는 양적인 문제거리였던 ‘일손 가뭄’은 우선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한국어가 잘 통하는 숙련된 인력은 여전히 태부족이라서 ‘일손의 질적 향상’에 골머리를 쓰고 있다.

A대표는 “기본적인 금형기술을 배우는데도 1년이고, 숙련된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최소 3년이나 걸리는 게 뿌리산업 현장의 현실”이라며 “이것도 제대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있을 때나 가능하다보니, 매년 한국어 실력이 높은 근로자가 배정되기를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일 발표한 ‘외국 인력 고용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입국 전후 한국어 교육 강화를 통한 외국인근로자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도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 관리 시 가장 큰 애로 요인에 대해 ‘의사소통(낮은 한국어 수준)’이 49.7%로 가장 많이 언급됐으며, 이는 지난 조사보다 5.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외국인 근로자 채용 시 가장 고려하는 사항은 △출신 국가(65.9%) △한국어 능력(48.0%) △육체적 조건(33.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2년 조사시 고려 사항을 묻는 질문의 3위 응답이었던 ‘한국어 능력’이 이번 조사에서 2위로 한 단계 상승한 것이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정부의 외국인력 도입쿼터 및 개별 사업장 고용한도 확대 등 제도개선을 통해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외국인 근로자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 향상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조사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외국인근로자들의 낮은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입국 전 직업훈련 강화 및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어 능력시험 개선 시급

금형 등 뿌리산업은 최근 노동 공급 감소와 내국인 취업 기피 현상이 겹치면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형 제조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수행하는 공구 교체를 비롯해 부품 운반 등의 업무는 금형 제조공정 및 기계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부품 용어 등 기본적인 직무 지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한국어 능력 교육 강화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송출국에서 수행하는 한국어 능력 평가가 현실과 동떨어질 만큼 부실하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객관식 40문항) 합격자를 대상으로 송출국 정부에서는 구직자 명부를 작성하고 고용계약을 체결한 후 국내 입국 절차를 밟는다.

이때 산업인력공단이 송출국에서 실시한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 통과자에게 구직자 선발 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문제은행식 출제로 이뤄지고 있다. 현지에선 달달 정답을 외워서 합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정부에선 보완책으로 국내 입국 전에 취업교육을 45시간 이상을 진행하는데 이때 한국어 교육을 38시간 배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이러한 한국어 교육 시스템이 국내 생산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를 송출하는 16개 국가에서 실시하는 한국어능력시험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중소기업계는 현재 문제은행식 필기시험에서 듣고 말하기(소통능력) 평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세종학당의 ‘한국어 보급사업’과 연계해 입국 전 송출국에서 상당 수준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확보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세종학당은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및 한국문화 보급을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현재 외국인 근로자 송출국 15곳(동티모르 제외) 등 94개국에서 운영 중에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세종학당과 연계해 우리 산업현장에 활용할 한국어 교육과정을 3~6개월 운영하고 이를 이수한 외국인을 우선 입국 대상자로 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장배치 전 직무교육 필수

곽인학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어와 연계된 직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인학 이사장은 “사업장의 다국적 외국인 근로자가 함께 일하는데 서로 한국어 소통의 한계가 너무 크다”라며 “일상언어는 물론 업무와 관련된 전문언어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적어도 제조업과 같은 공정 특성을 고려한 사업장은 현장 배치 전에 충분한 의사소통 능력과 직무 및 취업교육이 실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방안으로 코이카(KOICA)의 ‘ODA(공적개발원조)사업’과 연계한 송출국별 기능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묘안이 될 수 있다.

국무조정실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력 송출국가 등 개발도상국의 올해 총 ODA 예산 요구액은 6조8000억원에 달한다.

ODA사업을 외국인력 도입 제도와 잘만 연계한다면 송출국별로 용접·전기 등 직무교육 과정을 운영해 한국어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이를 이수한 사람을 우선 입국할 수 있도록 가점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계가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어 소통 능력과 직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또 다른 제조업종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국어 능력 부족은 결국 낮은 생산성으로 나타나고 각종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성, 내국인의 절반 수준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3 외국인력활용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외국인 근로자 생산성은 동일한 조건의 내국인 근로자와 비교할 경우 6개월 정도 근무를 해도 72.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내국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성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이 돼야 99.2% 정도까지 향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초창기 낮은 생산성을 감안해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차등 지급 및 수습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인건비는 월 평균 264.7만원(기본급+수당)으로, 내국인(279.2만원) 대비 94.8%에 달한다.

하지만 실상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내국인보다 더 큰 실정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숙식비 등을 포함한다면 월 평균 인건비는 3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내국인 평균과 비교하면 107.8%로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미숙한 한국어 능력 탓에 제조현장 등에서 외국인 산업재해 발생 빈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 고용노동백서’에 따르면 산업재해 발생이 2012년 6406명에서 2018년 7239명으로 늘어나더니, 2021년에는 8030명으로 치솟고 있다.

곽인학 이사장은 “제조업 공정의 특성상 다국적 근로자가 언어 소통이 자유롭지 못하면 서로 작업 마찰이 빈번해지고 안전사고 위험성도 덩달아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오는 27일 시행을 앞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참담한 심정에 빠진 영세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발생 증가추세에 더욱 암울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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