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은 역대최대 62조 추경안
새 정부의 첫 작품, 추경과 손실보전이 성황리에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밤, 정부 출범 사흘 만인 5월13일 제출된 정부의 추경안이 16일 만에 여야의 극적인 막판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등을 위한 중앙정부 지출 39조원과 지방교부금 23조원을 합친 총 62조원, ‘역대 최대’ 규모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추경안을 통해 소상공인의 매출액·피해 수준과 업종별 특성 등을 고려해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손실보전금을 지급키로 했다. 매출액 기준도 당초 정부안인 ‘30억원 이하’에서 ‘50억원 이하’로 확대됐으며, 지원 대상도 370만 곳에서 371만 곳으로 늘어났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법정 손실보상의 경우, 기존 ‘매출액 10억원 이하 소기업’ 대상에서 ‘매출액 30억원 이하 중기업’까지 확대됐다. 보정률도 90%에서 100%로, 하한액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랐다.
사업자등록번호 끝자리를 기준으로 홀짝제가 시행된 신청 첫 이틀만에 전체의 84% 수준인 총 323만개사가 신청했으며 이 중 263만개사에 16조2500억원(지급률 81.4%)이 지급됐다.
업계·정부 소급적용 해석 시각 차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과 손실보전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손실보상 소급적용’ 과제가 빠져있다며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지원대상 확대, 채무조정기금 증액, 피해보전율 상향 등이 추경에 반영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주요 쟁점인 소급적용 문제를 여야가 추후 논의하기로 미룬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소공연은 “소급적용이 빠진 추경은 온전한 피해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여야는 입법 개정안을 신속히 마련해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소급적용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도 “손실보전금의 소급적용이 추경에 반영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지금이라도 사각지대 없이 신속하게 지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의‘손실보상 소급적용’ 미반영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은 “사실상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선 “사실상 포함”설명
지원대상 확대·증액은 긍정적
소급적용 제외한 채 법안통과
소상공인단체, 입법개정 촉구
대통령실은 추경이 통과된 지난달 3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소급적용을 하겠다던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추경 내용에 손실보전금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소급적용되는 손실보상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손실보상법 입법 전 손실을 실질적으로 보상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냐 해서 이번 추경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법률 자체를 개정하는 데는 여러 제약이 많은 만큼 ‘손실보전금’을 통한 실질적인 보상을 꾀했다는 설명이다.
현장 “온전한 보상, 소급적용 절실”
지난해 6월 정부와 당시 여당(민주당)은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조치에 따라 매출감소 등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손실보상을 위해 손실보상법을 발의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과 소상공인 업계에서 법 시행 전 매출감소분에 대한 온전한 소급보상에 대한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파산 등 시각을 다투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신속 지원을 위해 매출 감소분 파악, 기준 정립 등 이견을 모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급적용 부분을 제외한 채 법안이 통과됐고, 아직까지 해당내용에 대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추경안 통과 과정에도 여야가 막판까지 손실보상과 소급 적용 및 소득 역전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고 추후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소상공인 A씨는 “4억 이상 매출의 40%면 1억6000만원이 줄어든 것인데 2억 미만 매출 업체와 동일한 보전을 받는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은 몇억이 줄어들었는데 600~1000만원 수준의 보전금을 받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부와 국회는 하루 빨리 소급적용을 비롯한 온전한 손실보상법 개정안을 합의하고 소상공인들을 신속히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 B씨도 “대선 전에는 국민의힘이 소급적용을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차일피일 미루는 듯 했는데,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고 국민의힘이 미루는 모양새”라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당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소급적용을 주장했고 대선공약으로까지 내걸었었으니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