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처법 집회 - 달라진 ‘세가지’
중앙 아닌 영남 53개 경제단체가 대회 주관
제조⋅건설 뿐 아니라 수산업 등 전 업종 참여
안전 매뉴얼 철저히 준수, 집회의 품격 과시

영남지역 중소기업인들이 지역 신문광고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석자를 모집하는 등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영남권 결의대회’를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개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수협중앙회 등 14개 중소기업·건설·수산업 단체는 후원기관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황정아 기자
영남지역 중소기업인들이 지역 신문광고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석자를 모집하는 등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영남권 결의대회’를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개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수협중앙회 등 14개 중소기업·건설·수산업 단체는 후원기관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황정아 기자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영남권 결의대회’는 국회에서 열린 서울결의대회(1.29)를 시작으로 수원(2.14), 광주(2.19)를 거쳐 네번째로 개최된 중소기업계의 자발적인 결의대회였다.

처음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중소기업들은 끝까지 반대했었다. 법이 시행된 후에는 50인미만의 영세한 기업만이라도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었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했지만 국회는 응답하지 않았다. 하루 하루가 생업으로 연결되는 중소기업들이 생계를 뒤로 한채 결의대회에 모이게 된 배경이다.

‘감옥 담장 위를 걷는 것 같다’는 불안함과 간절함은 절박했다. 하지만 각자 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고 방법도 생소했다.

중소기업계 대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앞장 서서 국회 결의대회를 주도했다.

 

중기중앙회에서 현지 중소기업으로

하지만 수원에서 광주를 거쳐 부산까지 결의대회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변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결의대회는 중기중앙회를 비롯해 중앙 경제단체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부산에서는 영남지역의 53개 경제단체가 직접 결의대회를 주관했다.

지역 신문 광고를 통해 참석자를 모집하는 등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준비했고 중기중앙회를 비롯해 대한전문건설협회, 수협중앙회 등 14개 중소기업,건설,수산업 단체는 후원기관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실제로 이번 결의대회를 주관한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은 “연일 영남권 지역 뉴스에서는 노령화와 청년 유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안전관리 인력채용의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한 유예기간과 확실한 지원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허현도 중기중앙회 부산울산회장 역시 “인구 1000만의 영남권 중소기업인들이 제2의 수도 부산에 모여 우리의 목소리를 더 크게 외치고자 한다”면서, “이곳 영남은 건설, 제조업 뿐만 아니라 조선⋅수산업 등다양한 업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받고 있다”고 현지기업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부산일보와 경남일보, 대구신문, 경남신문 등 지역 현지 언론 역시 이날 영남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대회를 대서 특필하며 영남권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간절함을 보도했다.

 

제조건설 외 다른업종도 중처법 애로 호소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애로를 호소했던 업종은 실제 문제사례가 발생했던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이었다. 하지만 제조업,  건설업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었고 이날 부산에서도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최근 잇따라 발생한 어선 침몰사고를 언급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바다에서 작업하는 수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부산항 선주를 비롯해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3대째 8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시장상인은 식당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로기업인 역시 요즘처럼 과도한 노동규제로 기업인들을 죄인으로 몰아간다면 2, 3세대 기업인들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안전하고 정돈된 ’집회문화‘의 품격

6000명이 한자리에 모인만큼 안전사고의 위험도 제기됐지만 현장의 중소기업들은 사전에 안내된 안전매뉴얼을 준수하며 질서정연한 집회문화를 선보였고 사고 방지를 위해 중간중간 나왔던 안내방송에 따라 결의대회가 끝난 후에도 스스로 팻말과 쓰레기를 치우며 모범집회의 품격을 보여줬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최근 우리사회 엘리트층인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보며 오죽하면 저럴까 싶으면서도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으면 안된다는 의견이 훨씬 많다”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손을 놓고 일을 안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마비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지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강성노조 역시 걸핏하면 지하철을 세우고 국가기간산업까지 멈추겠다고 협박을 하지만 우리 기업인들은 질서정연하고 모범적인 집회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집회문화도 국민이나 국가에 손해를 주지말고 우리 중소기업들처럼 성숙한 집회문화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위한 중소기업계의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중소기업계는 다음 달 총선 후 서울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의 불명확성, 지나친 중벌주의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헌법소원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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