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계약법 개정안 국회 문턱 넘어
리니언시 통해 과징금 감면될 경우
부정당업자 제재도 감면근거 마련

김태완(김앤장 변호사)
김태완(김앤장 변호사)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대학의 터커 뉴스가 만든 ‘죄수의 딜레마’ 이론은 죄를 저지른 공범자들을 서로 격리한 상태에서 한 사람씩 불러 “혐의를 시인하면 처벌을 면제하겠지만, 혼자 부인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고 얘기할 경우, 결국에는 공범 모두 범죄를 시인하게 된다는 게임이론이다. 두 명의 공범이 다른 죄수가 범행을 자백해 자기만 가중처벌을 받는 경우의 수를 우려한 나머지 모두가 혐의를 부인해 무죄가 되는 최선이 있음에도 다른 공범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몰라 차선의 선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죄수의 딜레마 이론은,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위반사실을 자진신고하면 과징금, 시정조치와 형사고발을 면제해주는 리니언시 제도의 모태가 됐다. 우리말로 ‘관용’, ‘관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리니언시는 다른 기업이 먼저 자진신고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앞다퉈 위반사실을 밝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기업이 담합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고 물량을 배분함으로써 국가와 소비자에 많은 피해를 입힌다고 보기에 엄격히 규제를 하고 있다. 매출액을 기준해 거액

 

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고발을 통해 형사처벌까지 받게 할 수 있다.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과 별개로 부정당업자 제재, 민사손해배상, 경쟁제품입찰 참여자격 취소 등의 규제가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밀실에서 이뤄지는 담합의 적발은 매우 어렵고 증거확보도 용이하지 않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상당수 담합을 인지하고 조사에 나아가게 하는 데에는 리니언시의 역할이 크다. 담합에 대해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적발이 곤란한 담합을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다른 업체의 리니언시가 우려돼 담합을 꺼리게 되는 예방적 효과도 있다.

공공조달은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라는 수요자 중심의 특수 시장이다. 어떤 형태로든 발주기관의 요구가 우위를 차지하는 시장 특성을 가지고 있고 가격의 책정도 경직적이다. 달리 말해 담합의 유혹이 더욱 강한 시장이고 실제로 공공조달시장에서의 담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리니언시 기업에 대한 처분 면제를 제도화한 공정거래법과 달리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은 리니언시를 하더라도 책임 감면을 별도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어렵게 리니언시를 인정받아도 공공조달부문에서는 여전히 부정당업자 제재라는 규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입찰참가가 제한되는 기간 또한 최장기간인 2년을 상한으로 하고 있어 조달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법원에 집행정지를 구하거나 공익신고자 책임감면 신청이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낯선 구제 수단을 찾아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이러한 상황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21년 발의됐던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2024년 2월 29일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리니언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감면받은 경우 발주기관의 부정당업자 제재도 감면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후인 올해 9월경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개정안은 적용 범위와 기준, 예외 사유 등 중요한 사항들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향후 시행령이 어떠한 내용으로 확정되는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리니언시와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이 시행령에 반영되도록 관련 정부기관에 대한 조달기업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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