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핵심관점은 ‘기업 지속성’ 유지
상속세 납부유예제 등 실효성 미미
‘공공적 가치’ 위한 제도개선 바람직

이종태(시사인 선임기자)
이종태(시사인 선임기자)

지난 2월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얻어냈다. 그는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식 시세 조작, 분식 회계 등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선고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이와 별도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기업 측이 경영권 승계 때문에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불안하게 넘나들다가 사회적·법적 논란에 휘말리는 사태가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가.

중소기업 역시 경영권 승계로 골치를 앓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OECD에서 일본 다음 순위다. 선대로부터 물려받는 지배지분 가운데 절반을 상속세로 납부하고 나면 ‘기업의 계속성(going concern)’을 유지하기 어렵다.

유류분 문제로 경영권 분쟁이 유발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에도 각자의 부문에서 글로벌 최상위권이었던 중견기업들이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납부 및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상당수 지분을 팔거나 회사 매각으로 치달은 경우가 있다.

민주공화국에서 상속세 자체의 체제적 정당성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이른바 ‘부의 대물림’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각각 세율 및 공제 관련 제도는 다르지만, 상속세를 징수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상속세제가 기업에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력 및 경영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을 저해할 정도라면 이 또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상속 대상인 지배지분의 경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부(富)’라기보다는 ‘기업의 계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지 않은가. 중소기업 주식은 매각해서 실질적인 부로 바꾸기도 어렵다.

승계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상속세 납부유예나 연부연납, 증여세 과세특례, 가업상속공제와 같은 제도들이 시행 중이지만, 실효성이 크지는 않은 듯하다. 이용 건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모순 때문에 창업자 측이 상속세를 기피하거나 소수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편법으로 승계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해서는 곤란하다. 자본시장을 둘러싼 각종 제도들이 점점 더 ‘주주이익’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처벌도 엄중해질 것이다.

그런 시도가 드러나면 자칫 이른바 반기업 정서만 격화시킬 수 있다. 최근 들어 신탁이나 재단법인 등을 통해 과도한 지분 납부나 경영권 분쟁을 피해 승계할 수 있는 수단들이 제시되고 있으니 해당 부문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수단들 역시, 창업자 측이 ‘나의 부를 온전히 대물림하겠다’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면 그리 탐탁지 않을 수 있다. 승계를 순조롭게 해주는 대신 어느 정도의 사회적 대가도 치러야 하는 방안들이기 때문이다.

창업자 측도 승계에 대한 관점을 좀 더 사회화할 필요가 있다. 순수하게 본인의 재산만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업은 창업자 가족의 소유물이 아니다. ‘사주로부터 독립적인 법적 인간(법인)’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가 많다.

기업이 창업자 이후에도 계속 매출과 고용을 늘리고 지적 자산을 축적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존재해야 ‘승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의 공공적 가치도 입증될 수 있다.

중소기업인들이 이런 공공적 가치 위에서 다른 이해관계자들과의 타협으로 상속 관련 제도들을 개선해서 ‘기업의 계속성’을 유지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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