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가운데), 제랄도 알크민 브라질 부통령과 'N비전74'(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모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가운데), 제랄도 알크민 브라질 부통령과 'N비전74'(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모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브라질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도요타가 브라질에 110억헤알(약 3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랄도 알키민 브라질 부통령 겸 산업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투자로 일자리 2000개가 창출되고 새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브라질에 투자키로 한 110억헤알 중 50억헤알은 2026년까지, 나머지 60억헤알은 2030년까지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투자계획엔 2025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엔진을 생산할 포르토 펠리즈 공장과 2026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소로카바 공장의 확장도 포함됐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브라질에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브라질 정부가 브라질의 탈탄소 부문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190억헤알(약 5조원) 규모의 감세 및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그린 모빌리티 혁신 프로그램’을 발표한 영향이다.

브라질 전기차협회(ABEV)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9만3927대로 전년(4만9245대)에 비해 약 두 배 증가했다. 현지 매체 브라질리언리포트는 “브라질 전체 차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낮지만, 성장세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에 앞서 현대자동차그룹과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BYD 등이 브라질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월 말 브라질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만나 “2032년까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는 브라질 현지 법인 및 협력 업체를 통해 수소 등 친환경 분야 미래기술에 투자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2009년 부회장에 오른 이후 첫 해외 사업으로 브라질 진출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현대차는 2012년부터 피라시카바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의 전 세계 공장 중 가동률 100% 미만인 곳은 브라질(94.6%)과 베트남(56.7%)·인도네시아(66.1%) 등 세 곳뿐이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통해 현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2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브라질에 90억헤알(약 2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2022년부터 2026년까지 70억헤알(약 1조9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폭스바겐은 최초의 브라질산 하이브리드차 2종, 100% 전기차, 픽업트럭 등을 통해 기존 계획보다 4종 더 많은 모델을 생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로써 폭스바겐은 앞으로 5년간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16개 신모델을 출시하게 됐다.

제너럴모터스(GM) 또한 지난 1월, 2028년까지 브라질에 70억헤알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파비오 루아 GM 남미법인 부사장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담 후 “브라질에 대한 우리의 투자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의 미래는 모두 전기차”라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선두기업 비야디(BYD)는 지난해 10월 브라질 바이아주에서 총 3곳의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공장과 전기 버스 및 트럭용 새시 공장, 리튬·인산철 가공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브라질에서 생산된 BYD 전기차는 이르면 올해 말 출시될 전망이다.

브라질은 세계 7위의 인구 대국(2억1700만명)이며,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1조8747억달러(세계 9위)인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이다. 내수 시장이 큰 데다 브라질에 생산기지를 두면 자동차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는 인접 중남미 국가로의 수출도 노릴 수 있다. 우리 완성차 업체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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