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경제인⋅정부는 ‘이인삼각’ 관계
‘기업승계는 부의 대물림’ 불식해야
세제 개선이 장수기업 탄생 지름길

송치영(한국산업용재협회장 / ㈜프로툴 대표이사)
송치영(한국산업용재협회장 / ㈜프로툴 대표이사)

지금은 흔하지 않은 풍경 중의 하나가 동네마다 열렸던 초등학교 운동회다. 운동회가 열릴 즈음이면 아이들과 온 가족이 흥에 넘쳤고, 또 행사를 준비하는 통에 주변 시장과 문방구도 때마침 늘어난 손님들로 들썩이곤 했다. 그만큼 큰 동네잔치였다.

이 큰 동네 행사에서 항상 낯설지만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두 사람이 발을 묶고 달리며 반환점을 돌아 목표에 골인하는 ‘이인삼각’ 경기다.

이 게임은 대개 평소에 잘 어울리지 않는 관계의 사람들끼리 묶어줌으로써 서로 간의 서먹함을 극복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이 게임 승리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호흡이다.

두 사람의 호흡을 바탕으로 한 긴밀한 협력이 체력이나 기술보다 앞서는 건 경험해 보면 다 안다. 우리 같은 중소경제인들에게도 이처럼 중요한 호흡이 필요한 이인삼각의 관계가 있으니 바로 정부와의 관계다.

굴곡 많은 우리 근현대사의 기억으로 인해 흔히 기업과 정부의 관계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설명한다. 지극히 자유로운 사적 영역인 기업 운영에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경계하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항상 서로 필요한 공통분모를 찾으려 애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한 개인에서 시작한 기업의 성공이 궁극적으로는 나라의 발전과 번영으로 이어져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해준다는 인식과 가치관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탄생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지속해서 발전하려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업 역사는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일천하다. 그래서 30년이나 45년 이상을 장수기업의 충분조건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장수기업 중의 상당수가 가족기업이다. 이는 달리 보면 가족기업은 장수기업이 될 공산이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체로 창업기업의 70%가 창업자의 운명과 함께 그 명운을 같이한다고 하는데, 가족기업도 예외는 아니리라. 그만큼 생존할 확률이 아주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가족기업이 ‘오래 견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업 운영의 핵심인 기업승계는 우리에게 ‘부의 대물림’이라는 선입견이 먼저 떠오르는, 썩 좋지 않은 기억을 동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기업승계는 단순히 개인의 부가 이전되는 일반 상속과 달리 일자리를 창출·유지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일로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이처럼 막중한 기업승계가 전체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에도 이제는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각의 중소기업은 기업승계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극복해 슬기롭게 기업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서 대를 이어가는 회사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무리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라고 하지만 기업과 정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23년 말 기업승계 지원 세제가 국회를 통과해 제도가 대폭 개선됐다고는 하나, 제도의 실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필자는 “기업승계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증여세 과세특례의 연부연납 기간 연장과 세율의 단일화, 업종 변경 제한 폐지 등의 제도 보완이 꼭 필요한 것”임을 중기중앙회 기업승계활성화위원회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역설해왔다.

올해는 중소기업과 정부의 찰떡 호흡으로 규제와 제도 개선이라는 이인삼각의 게임을 거뜬히 이겨가면 좋겠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