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초연기자 리액션이 고객발길 유혹
각인된 이미지가 회사 호불호 좌우
새봄 맞아 이미지⋅리액션 점검하길

최종한(세명대 영화웹툰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최종한(세명대 영화웹툰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이미지다. 배우 누구의 이미지는 이렇고, 새로 나온 상품은 이미지가 저렇고, 어떤 회사는 이러저러한 이미지다는 식으로 즐겨 쓴다.

이미지를 간단히 정의하면 ‘심상’ 곧, ‘마음속에 그려지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배우 이병헌을 떠올리면 내 기억에 실존하는 그의 외모와 함께, 그간 보고 듣고 읽었던 그에 대한 정보가 종합된 내 느낌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식으로 작동된다.

우리가 안다고 이야기하는 우주 만물은 이처럼 ‘존재’와 ‘인식’이 한 덩어리로 묶여 머릿속에 저장돼 있다. 같은 영화를 보고 나와도 그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달라지는 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에 대한 느낌이 서로 달라 생긴 결과다.

한여름 누구나 시원한 바다를 좋아할 듯하지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사람에게는 그저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실존인 바다는 같아도 그 인식에 따른 이미지는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이미지는 영화에서도 모이고 흩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좀비나 오크들이 등장하면 나쁜 일이 곧 생길법한 음산한 분위기가 형성되며, 해리 포터와 친구들이 호그와트에서 새 학기에 만나면 신나는 모험이 곧 펼쳐질 듯한 기대가 만들어진다.

주인공들은 물론 악당들과 배경 그리고 소품들과 그래픽, 음악들이 모두 어우러져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내고, 분위기가 고조되거나 풀리며 관객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기대와 설렘 혹은 안타까움과 슬픔이 교차하는 바로 그 순간과 과정이 영화의 전부이기도 하다.

판타지인 영화에서 결말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해피 엔딩이든 슬픈 결말이든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말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과 이미지들이 만들어낸 분위기를 우리가 오롯이 즐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었느냐이다.

결국, 신선한 이미지와 생경한 분위기를 잘 만들어냈느냐가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영화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평가 기준이다.

이처럼 중요한 영화 속 이미지와 분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주로 사소한 것들에 의해 결정되고 강화된다. 대단한 사건이나 주인공의 서사가 아닌 영화 속 시대나 배경을 드러내는 의상과 소품, 결정적인 순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이나 효과음 혹은 감초 연기자들의 짧지만, 감칠맛 나는 리액션들이 대표적이다. 마치 프러포즈할 레스토랑을 고르는 기준은 음식 맛이 아니라 인테리어인 것과 같은 이치다.

영화 속에서는 인물은 물론 사물도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영화 속 주인공의 선택에 대한 리액션을 수행한다. 우리는 이 리액션들을 통해 주인공의 앞날과 서사의 결말을 퀴즈 풀 듯 즐기며, 영화가 자아내는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영화 ‘트루먼 쇼’를 보면 주인공 트루먼의 이야기보다 영화 속에서 그 쇼를 시청하는 관객들의 리액션들이 더 재밌다. 그 다채로운 리액션들은 트루먼의 비극성을 역설적으로 더 강화하며 우리를 사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새봄을 맞아 나 혹은 우리 회사의 이미지는 어떤지 그리고 주변의 리액션은 또 어떠한지 한 번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우리는 잘 보이는 ‘액션’에만 주로 신경을 쓰지, 잘 드러나지 않는 ‘이미지’와 ‘리액션’에는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오늘, 초격차는 결국 ‘액션’이 아닌 ‘리액션’에서 그리고 ‘이미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