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구도심 옥천동 일대는 오래된 건물과 그 건물 안에서 청년들에 의해 새롭게 피어난 문화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동네다. 골목 구석구석마다 숨어 있는 장소를 찾아가다 보면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는 듯하다.

여관의 환골탈태-마커스 호스텔

숨겨진 영감의 장소 지도로 안내

온전한 휴식, 여독 풀기 안성맞춤

마커스 호스텔
마커스 호스텔

옥천동 로컬 여행의 출발점으로는 ‘마커스 호스텔’이 제격이다. 마커스 호스텔은 약 30년 전 세워진 여관인 다링장을 개조해 선보인 ‘소셜라이징 호스텔’이다. 여행객은 물론 지역민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지속가능한 여행문화를 만들고 이를 통해 호스텔 안과 밖에서 활발한 교류의 장이 펼쳐지길 바라는 희망이 시설 곳곳에 묻어난다.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빈티지한 색감의 붉은 건물, 다링장 시절부터 있었던 투박한 돌멩이 장식의 외벽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테이블과 소파가 있는 로비 라운지가 여행객을 반긴다. 라운지 테이블에서는 포장해 온 주변 식당의 음식과 로비에서 판매하는 솔잎 하이볼과 강릉에서 만든 전통주, 수제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모두가 어울려 보드게임을 할 수도 있고 동네 책방에서 큐레이션한 책을 읽거나 다음날 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장소로도 요긴하게 쓰인다.

어디를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테이블 뒤 벽면을 보면 된다. 강릉 곳곳에 숨겨진 영감의 장소들을 표시한 지도가 붙여져 있다. 마커스는 강릉의 작고 오래된 가게부터 새롭게 등장한 브랜드를 다채롭게 소개하며 로컬 문화를 더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객실은 인더스트리얼 무드의 철제 선반과 조적벽돌로 꾸미고 플랜테리어를 통해 생기와 온기를 더했다.

딱 필요한 것만 갖춘 객실 안에서는 온전히 휴식에만 집중하며 여독을 풀기에 제격이다. 호스텔 곳곳에 옛 다링장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3층 다음에 바로 5층을 표시한 계단 표지판이 특히 그렇다. 지금은 거의 믿지 않는 미신이지만 ‘4’자를 불길한 숫자라고 생각하고 기피하던 과거의 문화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로마테라피로 유명한 브랜드의 어메니티, 일회용 종이 대신 업사이클 브랜드의 카드 지갑을 활용한 객실 카드키 홀더 등을 비롯해 체크아웃 후에도 짐을 맡기고 가볍게 골목을 누빌 수 있도록 마련한 락커를 통해 지속가능한 여행을 추구하는 호스트의 세심한 배려를 확인할 수 있다.

- 강릉시 경강로2115번길 14 / 네이버예약 및 스테이폴리오 예약

 

젊은 관광객 블랙홀-감자유원지

포파누들 등 감자제품 입맛 유혹

‘메밀김밥 될 무렵’ 최고 인기메

감자유원지
감자유원지

마커스 호스텔에서 60m 가량 떨어진 곳의 ‘감자유원지’는 마커스보다 약 1년 앞선 2022년 초 문을 연 공간으로 옥천동 골목에 젊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 장본인이다. 강릉의 명물 감자와 함께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과 상품 및 콘텐츠를 소개한다.

오픈과 동시에 줄이 늘어서는 감자유원지 1층은 그로서리와 카페로 운영 중이다. 못난이감자를 활용해 농가 상생을 돕는 ‘포파칩’(감자칩), 감자 성분을 추출해 만든 ‘어포어포 감자순비누’, 감자스프와 당근라페 샌드위치를 판매한다. 감자로 만든 전통주, 평창 오대서주양조 감자술, 강원도 감자맥주 등도 선물용으로 인기 있다. 감자유원지의 마스코트인 ‘포파’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 제품들은 구경하는 재미를 더한다.

2층 감자유원지 키친에서는 밥 대신 메밀면으로 만든 김밥인 ‘메밀김밥 필 무렵’과 장칼국수를 재해석한 ‘포파누들’을 비롯해 ‘감자눈 카레우동’, ‘항정살 감자솥밥’ 등의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이중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메밀김밥 필 무렵이다. 적당히 익힌 메밀면에 두툼한 새우튀김과 계란지단을 넣어 맛과 식감을 동시에 잡은 메밀김밥 필 무렵은 꼭 먹는 감자유원지의 시그니처 메뉴. 11시 오픈이므로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브런치 하러 가기에도 좋다. - 강릉시 경강로2115번길 7 / 매주 수요일 휴무

커피 맛으로 승부수-즈므로스터리

스페셜티 커피·구움과자 입소문

수제음료·자체제작 소품도 인기

즈므로스터리
즈므로스터리

마커스 호스텔이 자리한 월화거리를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동부시장이, 왼편에는 서부시장이 자리한다. 동부시장은 강릉 유명 먹거리로 알려진 꼬막비빔밥을 파는 가게들이 여럿 있어 찾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에 서부시장은 보다 한적하고 동부시장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다. 그런데 이 서부시장에 어느 순간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젊은 청년 사업가들의 카페가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6년 전, 서부시장 한 구석 모퉁이에 자리 잡은 ‘즈므로스터리’는 핸드드립으로 내린 스페셜티 커피와 구움과자를 판매하는 작은 로스터리 카페다. 지역 주민은 물론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도 이 작은 가게를 알고 찾아오는 이유는 아마도 커피 맛일 터.

굳이 안목해변까지 가지 않아도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는 덤. 관광객들이 몰리는 여느 카페처럼 시끄럽지 않아 맛과 향에 오롯이 집중해 커피를 마시기에 좋다.

따뜻한 색감의 원목가구들과 가구 위 화분들, 포인트가 되는 빈티지 조명과 오디오, 앰프 등에서도 사장님의 감각적인 손맛이 느껴진다. 직접 만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멜론 크림소다, 레몬소르베와 함께 제공되는 수제 레모네이드 등 정성이 가득 담긴 음료 메뉴도 맛볼 수 있다. 여운을 좀 더 길게 즐기고 싶다면 자체 제작 머그잔, 엽서 등의 굿즈나 집에서 쉽게 내려마시기 좋은 드립백 선물 세트 등의 상품 구매도 추천한다. -

강릉시 토성로123번길 7 / 매주 목요일 휴무

 

시나브로 빠져들다-한낮의 바다

작은 주택사이 살포시 숨은 서점

‘한낮의 페이지’메모도 재미 쏠쏠

한낮의 바다
한낮의 바다

즈므로스터리에서 강릉대로 쪽으로 약 7분 정도 걸어가면 작은 주택들 사이로 독립서점인 ‘한낮의 바다’가 보인다. 작은 입간판만이 이곳이 서점인 것을 알리고 있기 때문에 무심코 걷다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정갈하게 진열된 책들과 좁은 책장과 책장 사이를 오가며 책을 펼쳐보는 사람들을 보면 그야말로 제대로 찾아왔음을 직감하게 된다. 책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통의 독립서점이 지향하는 바와 같이 대형서점에서는 보기 드문 독립출판사들의 책들로 가득하다.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단편 소설집과 시집, 에세이, 그림책, 사진집 등이 즐비한 가운데 특이한 것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책 겉표지마다 붙어 있는 작은 메모들이다.

한낮의 바다가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낮의 페이지’라고 쓰여 있는 해당 메모는 서점지기가 책에서 찾은 좋은 문구를 직접 써서 소개한 것이다. 어떤 책인지 보이지 않도록 꽁꽁 포장한 뒤 서점지기가 적은 메모에만 의지해 책을 고르는 ‘한낮의 비밀책’도 흥미롭다.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책을 읽어보는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책일지 기대하며 포장을 푸는 순간의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다. 마스킹 테이프, 떡메모지 등 아기자기한 문구류와 구매와 동시에 기부가 되는 도서 및 굿즈류까지 책과 관련된 다채로운 아이템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강릉시 강릉대로159번안길 12 / 매주 화⋅수요일 휴무

 

신다솜 칼럼니스트  shinda.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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