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에 오른 ‘책임분담금제’

중소기업계에선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인력스카우트 비용’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만 1290개에 달하는 대기업이 밀집해 있는 만큼 지역 중소기업 인력난엔 ‘수도권+대기업’ 현상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6.5%가 지난 5년 동안 1회 이상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인력을 빼앗기거나 빼앗길 위협을 당했다”고 답했다. 대기업 기술인력 유출로 인해 33.8%는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중소기업 기술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요구행위 및 유용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는 하도급 관계에 국한돼 타법상 거래관계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대기업의 보복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며, 인력 유출로 인해 중소기업이 소송을 하더라도 비용 등 문제로 인해 중소기업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잦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 핵심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되면서 그간 쌓아온 기술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며 “한번의 사건으로 연구개발 투자는 멈추고 기업의 기술경쟁력도 저하되는 경영난이 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그동안 줄기차게 중소기업계가 건의해 온 ‘기술인력 스카우트 책임분담금 제도’를 제안한다.

개별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직접 보상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에서 관련 조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에서 기술인력을 채용하는 대기업은 합당한 분담금을 내도록 의무화하고, 해당 분담금을 바탕으로 기금(재단)을 조성해 인력유출 중소기업의 교육훈련과 연구개발 지원 등을 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비용 산정은 인력유출 중소기업은 기금에 신청해 즉시 지원을 받고, 대기업의 분담금 규모는 해당 중소기업이 그동안 해당 인력을 위해 지출했던 교육훈련비와 제반 인건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하는 방식이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대표는 “특히 기술벤처 중소기업에선 2~3년 근무한 R&D인력이 대기업으로 이직을 서두르는 게 일반적인 통과 절차처럼 여겨진다”며 “중소기업이 신입직원을 채용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술인력으로 육성을 해도 대기업이 사람을 빼간다면 중소기업 사장 어느 누가 신입 개발직을 채용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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